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이라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정책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과거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식(top down) 정책 추진 방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자립적 발전과 자치분권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적극 반영하여 ‘지방주도 균형발전’과 ‘책임있는 지방분권’을 핵심 목표로 하는 ‘지방시대’ 패러다임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정책 변화를 넘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거시적인 흐름의 중요한 한 축을 형성한다.

산업연구원 송우경 소장의 분석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역대 정부들은 행정중심복합도시 및 혁신도시 건설, 광역경제권 육성, 지역 생활권 개선, 지역 자립 기반 강화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지역 균형발전을 추구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5년 이후 수도권의 GRDP, 일자리, 인구 비중이 50%를 넘어서며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현상은 오히려 가속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정부는 이제까지 개별적으로 추진되어 온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정책을 연계·통합하는 ‘지방시대’ 비전을 제시하며,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한 ‘지방시대’ 비전과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법·제도적 기반 마련이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2023년 7월에는 지방분권균형발전법이 제정되었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지방자치분권위원회가 통합되어 지방시대위원회가 출범했다. 또한, 지방시대 정책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개편도 이루어졌다. 이러한 법·제도적 토대 위에서 중앙부처, 17개 광역시·도, 4+3 초광역권은 2023년 11월, 자율, 공정, 연대, 희망의 가치를 바탕으로 국내 최초의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공동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이 종합계획은 지방분권, 교육개혁, 혁신성장, 특화발전, 생활복지라는 5대 전략을 중심으로 정책과 사업을 연계·통합한 것이 특징이다.

‘지방시대’를 대표하는 핵심 프로젝트들도 본격적인 추진 단계에 돌입했다. 기업의 지방 이전 및 투자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기회발전특구는 2024년 1차, 2차 지정을 통해 14개 광역시·도에서 74조 3000억 원의 투자 유치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지역 교육 혁신과 지역 인재 양성 및 정착을 목표로 하는 교육발전특구는 2024년 1차 31곳, 2차 25곳 등 전국에 총 56곳이 지정되어 지자체, 교육청, 대학, 지역 기업, 공공기관 간의 협력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 외에도 도심융합특구, 로컬리즘 기반 문화 특구, 첨단 전략산업 거점 육성 사업 등 지방에서 선호도가 높은 다양한 사업들이 지방과 중앙의 협력적 거버넌스를 통해 추진되고 있다.

앞으로 ‘지방시대’의 성공적인 실현을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 확산, 기회발전특구 및 교육발전특구의 체감형 성과 창출, 지방시대위원회를 통한 지역의 중앙정부로의 역제안(bottom-up) 프로세스 강화, 그리고 지방의 자율성과 주도성을 높이기 위한 과감한 권한 이양 및 규제 특례 추진이 필요하다. 이러한 네 가지 방안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연구기관 등 유관기관 간의 긴밀한 협력과 소통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협력적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대한민국의 ‘지방시대’ 구현은 더욱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