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과 더불어 지속적인 보장성 강화 정책 추진으로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이는 개별 사건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험료 인상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인구 구조 변화와 의료 기술 발전 등으로 인해 건강보험 지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 건강보험 총 진료비는 연평균 8.1%씩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1.8%와 해외 선진국들의 의료비 증가율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특히, 2024년 말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면서, 이들이 전체 진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은 향후 진료비 부담 증가를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2022년 기준 17.7%의 고령인구가 전체 진료비의 42.1%를 사용했다는 점은 이러한 추세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부는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보장성 강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암, 심뇌혈관질환, 희귀난치질환 환자의 본인부담을 줄이는 산정특례, 본인부담 상한제 확대, 비급여 진료의 급여화 등은 건강보험 지출을 늘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더 나아가, 1회 투여에 19억 8000만 원에 달하는 졸겐스마와 같은 고가 신약의 급여화 또한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의료공급 구조개혁에도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분만, 소아, 응급 분야에 수가를 집중 인상하고,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포괄2차병원 지원, 필수 특화분야 지원 등 향후 3년간 10조 원 규모의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린이병원 적자 100% 보전과 같은 새로운 시범사업 또한 국민에게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지출로 평가된다. 이러한 정책들은 모두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며, 이로 인한 추가 재정 소요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도 인지하고 의사결정을 내린 부분이다.
이러한 지출 증가 추세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재정 여력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2024년 기준 건강보험 지출은 97조 3626억 원이며, 준비금은 29조 7221억 원으로 급여비의 3.8개월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의 제3차 장기재정전망(2025~2065)에 따르면, 건강보험 재정은 2026년부터 적자로 전환되고 2033년이면 준비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향후 코로나19와 같은 예상치 못한 위기 발생 시 건강보험이 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심각한 경고음을 울린다.
함명일 순천향대학교 보건행정경영학과 교수는 “준비금이 다 소진되어서야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면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현재의 우리 세대가 미래의 우리뿐 아니라 우리의 자녀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미래 세대에게 재정적 부담을 넘겨주는 ‘빈 곳간’을 물려줄 수 없다는 현실적인 위기의식을 반영한다.
물론 재정 예측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보건의료 분야의 위기 상황 발생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추세와 인구 구조 변화라는 거시적 요인을 토대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합리적인 접근 방식이다. 준비금이 많다고 하더라도, 향후 수익 증가를 확신하지 못한다면 적극적인 재정 혁신은 어렵다는 점은 사립대학의 등록금 동결로 인한 경쟁력 약화 사례에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건강보험의 지출은 보장성 강화와 구조개혁 정책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고령화로 인해 장기적으로도 감소 가능성은 낮다. 경제 성장이나 근로 인구 증가와 같은 긍정적인 변수가 나타나지 않는 한, 늘어나는 지출에 상응하는 수입 확보는 필수적이다. 미래 세대를 담보하는 현재의 보험료 동결은 현실성이 떨어지며, 지금 바로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택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