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저출생 추세 속에서도 유례없이 심각한 수준의 출산율 하락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이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저출생 극복을 위한 전방위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는 단순한 인구 감소 문제를 넘어 국가 시스템 전반에 걸친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2023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0.72명이라는 충격적인 수치를 기록하며 세계 최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가운데, 현재 추세대로라면 2100년까지 매년 36만 명씩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매년 세종특별자치시 인구가 사라지는 것과 맞먹는 규모로, 경제, 사회, 교육, 안보, 지역 등 국가 시스템의 근본적인 재설계가 불가피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엄중한 현실 인식 하에 정부는 지난 6월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합계출산율 1.0명 회복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정책적 대응’과 ‘사회인식 변화’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범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정책적 대응’은 기존 저출생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여 ▲일·가정 양립 ▲양육부담 완화 ▲주거안정이라는 3대 핵심 분야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한다. 또한, 저출생의 근본적인 원인인 좋은 일자리 마련, 사교육비 부담 완화, 수도권 집중 완화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장기적인 해법 모색에도 힘쓰고 있다.
더불어 ‘사회인식 변화’를 위한 범사회적 노력 역시 다각도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경제계, 종교계, 방송계, 학계 등 민간이 연대한 ‘저출생 극복 추진본부’가 출범하여 결혼, 출산, 육아 문화 확산을 위한 공동 캠페인과 기업의 출산·육아 지원 사업 발굴, 활동 성과 공유 등 다채로운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인지, 최근 결혼·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적 인식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024년 사회조사 결과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이 2년 전보다 2.5%p 증가한 52.5%를 기록했으며, ‘결혼하면 자녀를 가져야 한다’는 응답 비율도 3.1%p 증가한 68.4%로 나타났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실제 출생아 수 반등이라는 반가운 소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혼인 건수는 6개월 연속, 출생아 수는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으며,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6명을 기록하며 전년도 0.71명 대비 상승했다. 특히, 혼인 증가는 시차를 두고 출산 증가로 이어지는 특성이 있기에, 이는 저출생 추세 반전의 중요한 청신호로 해석된다.
정부는 이러한 긍정적인 신호를 확실한 반전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 정책 추진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가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자녀 돌봄 시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신기·육아기 근로자의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또한, 중소기업의 가족친화인증 지원 확대 및 자영업자, 특수고용 노동자 등 육아지원 사각지대 해소 방안 마련에도 나선다.
궁극적으로 저출생의 근본 원인인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과감한 규제 완화, R&D 및 교육 투자 확대 등을 통한 첨단 산업 중심의 산업 구조 혁신으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수 거점 지역에 대한 맞춤형 산업, 교육, 의료 인프라 집중 투자를 통해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더불어, 인구 감소 추세에 대한 적응 노력 또한 병행해야 한다. 생산연령인구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 니트(NEET) 청년,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은 30·40대 여성, 근로 희망 고령자 등 다양한 계층의 노동 시장 참여를 적극 유도하고, 이민 정책 개편을 통한 외국인력 활용도 제고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이러한 장기적인 관점의 정책 추진과 유기적인 거버넌스 확보를 위해 ‘인구전략기획부’ 신설과 같은 근본적인 인구 정책 거버넌스 개편도 조속히 마무리될 필요가 있다. 지금 직면한 저출생 문제는 분명한 위기이지만, 이를 제도로, 관행으로, 문화 혁신의 기회로 삼는다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IMF 외환위기’를 극복했던 대한민국의 위기 극복 DNA를 바탕으로, 이번에는 ‘저출생 인구 위기 극복의 기적’을 이루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