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업계 전반에 걸쳐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단순한 윤리적 가치를 넘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사회(Social)’ 부문에서의 실질적인 기여와 포용적 생태계 조성이 기업의 중요한 사회적 책임으로 부각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증장애인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 통합을 지원하는 중증장애인 생산품 박람회는 산업적 관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를 제시한다. ‘2025 중증장애인생산품 박람회—낯섦에서 일상으로’라는 주제로 9월 9일(화) 서울 양재동 aT센터 제2전시장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흐름이 어떻게 구체적인 산업적 가능성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이번 박람회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중증장애인 생산품이 ‘보호나 시혜의 대상’이라는 기존의 인식을 ‘일상에서 당연히 소비되는 제품’으로 전환시키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직업재활 체험 부스에서 진행된 종이 쇼핑백 만들기, 꽃 만들기 체험은 참가자들에게 제품 생산 과정의 무게와 세심한 노동의 가치를 직접 느끼게 했다. 이 과정에서 동료의 도움처럼 이어진 작업장 선생님의 지도는 단순한 가르침을 넘어선 협력의 중요성을 부각했으며, 완성된 제품 위 ‘일상으로’라는 문구는 소비자의 일상 속 자연스러운 구매로 이어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체험에 참여한 청년 장애인 박O광 씨(32)는 “장애인 생산품을 특별히 사주는 물건으로 보기보다, 정직하게 만든 생활 속 제품으로 받아들여졌으면 합니다”라고 소감을 밝혀, 생산품이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인식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는 중증장애인 생산품이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더불어 박람회장 안쪽에서는 ‘래그랜느 쿠키’, ‘쌤물자리’ 등 다양한 생산품들이 ‘맛·품질·가격’을 기준으로 경쟁력을 증명했다. 특히 구립강서구직업재활센터가 선보인 제설제와 세정제는 ‘장애인 생산품=소품’이라는 오래된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산업 현장에서도 쓰일 수 있는 제품임을 입증했다. 제품 앞에 선 생산자들의 당당한 표정은 자신의 노동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으며, 이는 곧 제품의 신뢰성으로 이어졌다. 방문객들은 동정이 아닌 실질적인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기준으로 제품을 평가하며, 이는 중증장애인 생산품이 시장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객관적인 증거였다.
무엇보다 이번 박람회는 ‘우선구매 포상’과 ‘협약식’을 통해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와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산업적 목표를 향한 구체적인 발걸음을 내디뎠다. 우선구매 유공자 포상은 과거의 성과를 기리는 동시에, 공공기관의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제도가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스마트 모바일 솔루션 협약식과 한국교직원공제회, 한국장애인개발원 등과의 협약은 내일의 판로를 열어가는 다짐이자, 공급망 확대를 위한 산업적 노력을 보여준다. 현장에서 공공 조달 담당자와 생산 시설 종사자가 납품 조건을 논의하는 모습은 실질적인 비즈니스가 진행되고 있음을 방증하며, 이는 중증장애인 생산품이 단순한 소비를 넘어 산업 생태계의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제도는 공공기관이 해당 생산 시설의 제품과 서비스를 연간 총구매액의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하여, 경쟁 고용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자립을 지원한다. 이러한 제도는 장애인의 자립을 돕고 사회적 신뢰를 쌓아가는 실질적 기반을 조성하는 것으로, 단순한 상업적 거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번 박람회에서 보여준 손끝의 성실함, 무대 위의 약속, 통로에서 오간 대화는 ‘낯섦에서 일상으로’라는 주제를 구호가 아닌 현실로 만들었다. 쿠키 한 봉지, 누룽지 한 팩, 쇼핑백 하나가 누군가의 내일 출근을 가능하게 한다는 진실은, 중증장애인 생산품이 우리 사회의 포용적인 경제 생태계를 확장하고 ESG 경영을 실천하는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는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며, 중증장애인 생산품을 단순한 지원 대상을 넘어 가치 있는 상품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