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사회에서 ‘일하는 아빠’와 ‘돌보는 아빠’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며, 남성 육아 참여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MZ세대 아빠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를 습득하고 이전 세대의 육아 경험 부재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노력에서 출발했지만, 이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 사회, 국가의 적극적인 구조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K-아빠(K-DADDY)’로 대표되는 새로운 양육 문화는 한국형 사회 혁신 모델로서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기업 문화가 돌봄과 무관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유연근무 및 재택근무 기반의 돌봄 균형이 기업 성과와 직결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근로시간 단축이나 재택근무를 보장하는 기업들이 낮은 이직률, 높은 직원 만족도, 그리고 향상된 성과 지표를 보인다는 데이터는 이를 뒷받침한다. 예를 들어, 파르나스호텔은 육아기 단축근무제 사용률 및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증가를 통해 자발적 퇴사율을 2023년 8%에서 2025년 상반기 3%까지 감소시키며 이직률을 낮추고 신입사원 지원자를 늘리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기업이 돌봄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단순히 복지 차원을 넘어, 인재 유지 및 확보, 나아가 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돌봄 문화의 실질적인 확산을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와 함께 ‘실행 구조’의 마련이 중요하다. 육아휴직 복귀자와 1:1로 연결되는 ‘Care Buddy(케어 버디)’ 프로그램은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고 팀워크를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조직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에 ‘휴가 사용률’이나 ‘돌봄 균형 지표'(Care KPI, 케어-케이피아이)를 포함하는 것은 리더의 솔선수범을 통해 팀원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강력한 동인이 된다. A 대기업에서 상급자가 2주간 육아휴직을 먼저 사용한 결과, 팀 전체 휴가 사용률이 약 18%p 상승한 사례는 조직 심리학적으로도 리더의 행동이 조직 문화 전환의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이러한 ‘K-아빠’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받은 중소기업에 대한 R&D, 세제, 해외 진출 투자 우선 지원, 그리고 ‘Care ESG’ 개념을 반영한 공공조달 및 정부 위탁 사업 우선 선정 등은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더 나아가, UNESCO, OECD 가족정책 센터, 아세안 국가들과 협력하여 ‘100인의 아빠단’과 같은 아빠 육아 참여 확산 프로그램의 국제 공동 사업화 및 수출은 국가 경쟁력과 경제 생태계 구조 혁신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다.

‘K-아빠’는 이제 문화와 콘텐츠를 통해 세계와 연결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되는 아빠들의 육아 챌린지, 100인의 아빠단 콘텐츠의 누적 노출 조회수 1800만 회는 이러한 가능성을 증명한다. 기업 주도의 아빠 육아 일기 스토리텔링 마케팅, 유튜브·OTT 기반의 아빠 육아 웹시리즈, 브랜드 협업 콘텐츠, 그리고 한국 활동 외국인 아빠와 국내 아빠들의 글로벌 육아 교류 콘텐츠 제작 등은 ‘K-아빠’ 기반의 공공외교형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 이러한 일상의 문화 콘텐츠는 한국 문화의 인식을 제고하고 세계로 연결되는 통로가 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 브랜드 신뢰도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돌봄은 더 이상 가족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 아빠들의 변화는 개인의 진심에서 출발했지만, 이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주체는 기업, 사회, 그리고 국가다. ‘일하는 아빠’와 ‘돌보는 아빠’ 사이의 균형을 사회 전체가 지지하고 확장할 때, ‘K-아빠’는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한국의 새로운 사회 혁신 모델이자 세계가 주목할 기준이 될 것이며, 아이를 돌보는 아빠가 세상을 움직이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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