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대한민국에서 퇴직 후 부부 갈등 문제가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은퇴 자금 마련만큼이나 부부 화목이 중요해지고 있으며, 이는 개인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망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퇴직 후에도 경제적 여유와 연금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노후를 보낼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퇴직 후 ‘갈 곳이 없다’는 막막함과 함께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 어렵다. 일본의 경우, 이미 20년 이상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남편재택 스트레스 증후군’ 또는 ‘부원병(夫源病)’이라는 용어가 사회적으로 통용될 정도로 퇴직한 남편으로 인한 아내의 스트레스 및 건강 이상 문제가 심각한 사회 현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남편 퇴직 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부부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하며, 이는 중년·황혼 이혼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전체 이혼 건수 중 중년·황혼 이혼의 비율이 1990년 5%에서 2023년 36%로 크게 증가한 배경에는 퇴직 후 부부 갈등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부부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오랫동안 각자의 삶을 살아온 부부가 퇴직 후 갑작스럽게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되면서 발생하는 마찰에 있다. 현역 시절에는 남편은 직장 생활에, 아내는 가정 및 자녀 양육에 집중하며 각자의 영역에서 삶의 보람을 찾았으나, 퇴직 후에는 남편이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집에 머물게 되면서 이전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성격 차이나 생활 습관 등이 아내에게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반대로 남편 역시 집안일을 돕다가 발생하는 사소한 실수로 인해 아내에게 핀잔을 듣거나, 아내의 눈치를 보는 상황에 서글픔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일본의 노후설계 전문가들은 퇴직 후 부부의 화목을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조언하고 있다. 그 핵심은 낮 동안에는 부부 각자가 자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집에 있지 않는 것을 넘어, 수입을 얻는 일, 사회공헌활동, 취미 활동 등 각자가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포함한다. 실제 일본에서는 퇴직 후 가장 인기 있는 남편의 조건으로 ‘낮에는 집에 없는 남편’을 꼽을 정도로, 각자의 활동을 통해 독립적인 시간을 갖는 것이 부부 관계 유지에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 사회가 고령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퇴직 후 부부 갈등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이다. 퇴직 후 노후 자금 마련만큼이나 부부 화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부부 모두가 낮 동안에는 수입 활동, 사회공헌활동, 취미 활동 등 각자의 시간을 의식적으로 확보하여 개인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배우자와의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며, 고령사회에 대한 선제적이고 통합적인 노후 설계 접근 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