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며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분단의 현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오두산 통일전망대가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중요한 공간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이러한 개별적인 현장 경험은 정부가 추진하는 통일 정책 전반의 흐름 속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2026년도 통일부 예산안의 대폭 증액과 새로운 사업 추진은 이러한 정책적 의지를 구체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는 단순한 정책 발표를 넘어, 국민들이 ‘보고 느끼는’ 통일의 경험을 확대하려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오두산 통일전망대는 굽이진 길을 따라 보이는 철조망과 경비 초소를 지나야만 도달할 수 있는 휴전선의 최전방에 위치하며,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에서 북한 땅을 조망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이다. 이곳에서 망원경을 통해 바라본 북한 개성의 일상은 분단의 현실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며, 통일이 더 이상 나와 무관한 먼 이야기가 아님을 실감하게 한다. 전시실에서는 분단 역사를 되짚고 통일의 미래를 제시하는 다양한 전시가 마련되어 있으며, 특히 실향민들이 그린 북녘 고향 그림 5,000여 점이 전시된 ‘그리운 내 고향’ 코너는 깊은 울림을 준다. 또한, DMZ 철조망을 피아노 현으로 사용해 제작된 ‘통일의 피아노’는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염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체험형 전시는 국민들이 통일의 의미를 더욱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처럼 오두산 통일전망대는 단순한 나들이 장소를 넘어, 분단의 현실과 통일의 가능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현장이다. 최근 발표된 2026년 통일부 예산안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보다 약 20% 이상 증액된 1조 2,378억 원 규모의 예산은 남북협력기금 1조 25억 원을 포함하여 인도적 지원, 경제 협력 사업, 문화 교류 및 국민 공감 프로젝트 등 다양한 분야에 배분된다. 특히, 체험 사업, 민간 통일운동, 통일 문화 교육 등이 예산안에 신규로 포함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정부가 국민들이 통일 관련 정책을 직접 ‘보고, 느끼는’ 기회를 확대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2026년 통일부 예산안은 인도적 문제 해결(약 6,810억 원), 경제협력 기반 조성, 사회문화 교류, 국민 공감 확대 등 네 가지 주요 분야에 집중된다. ‘인도적 문제 해결’ 분야에서는 이산가족 지원과 구호 활동에 중점을 두며, ‘경제협력 기반 조성’은 교류 협력 보험 및 대출 등을 통해 향후 남북 교류 재개를 위한 토대를 마련한다. ‘사회문화 교류’ 분야에서는 문화·체육 및 민간 교류 사업을 지원하고, ‘국민 공감 확대’ 분야에서는 통일 문화 체험, 민간단체 지원, 사회적 대화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예산 항목들이 단순히 책상 위 정책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국민들의 실제 체험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민 공감 확대’ 사업은 오두산 통일전망대나 DMZ 탐방과 같은 현장 체험과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다. 실제로 오두산 통일전망대 이용객은 DMZ 생생누리 방문 시 입장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이러한 연계성은 국민들이 통일 관련 장소를 더욱 쉽게 접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는 곧 정부 예산이 국민들이 통일 문제를 ‘체험’할 기회를 넓히는 실질적인 자원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너머의 풍경은 통일·안보 정책이 단순히 정부 문서 속 숫자가 아님을 명확히 보여준다. 2026년 통일부 예산안은 증액된 규모와 신규 사업 추진을 통해 통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취하고, 실질적인 체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은다. 그러나 예산이 책상 위에만 머무르지 않고 ‘체감되는 정책’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집행 가능성, 남북 관계의 흐름, 주민과 민간단체의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지역 인프라의 정비 등 다각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화창한 날씨 속에서 청명한 하늘과 함께 통일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했던 오두산 통일전망대처럼, 앞으로 더 많은 국민들이 통일의 의미를 생생하게 느끼고 공감할 수 있도록, 예산이 이러한 공간들을 지원하는 강력한 힘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