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미국 토니상에서 6관왕을 차지하며 한류의 성공 스토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에미상, 그래미상, 오스카상, 토니상을 아우르는 EGOT 수상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에 한국 작품이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문화 콘텐츠의 성공을 넘어 한국 대중문화의 글로벌 위상 변화를 시사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8년 전, 중국 시장을 통해 한류의 씨앗을 뿌렸던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의 사례는 오늘날 한류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맥락을 제공한다.
28년 전인 1997년 6월 15일, 중국 CCTV를 통해 방영된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는 당시 최고 시청률 64.9%를 기록했던 한국 내에서의 성공을 넘어, 중국에서 4.2% 시청률과 평균 1억 명의 시청자 수를 동원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이는 당시 중국 내에서 한국 드라마로는 전례 없는 파급력이었으며, 이후 재방송 요청이 쇄도하고 CCTV가 2차 방영권을 구매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바로 이 시점을 한류의 공식적인 시작점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의 방영은 중국 시청자들에게 한국의 가족 문화와 정서를 친근하게 소개하며,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의 보편적 매력과 가능성을 각인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학계에서는 한류의 기원을 둘러싸고 1993년 드라마 <질투>, 1994년 영화 <쥬라기 공원>과 관련된 인식 변화, 1995년 SM 엔터테인먼트 출범 및 뮤지컬 <명성황후> 초연 등 다양한 설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의 압도적인 파급력, 상징성, 그리고 이후 K-콘텐츠 확산에 미친 영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1997년 <사랑이 뭐길래>의 방영을 한류의 원년으로 보는 시각이 가장 강력한 설득력을 지닌다. 이는 ‘용어가 나오기 이전의 현상으로서의 한류’가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한류의 역사는 아직 30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은 오히려 짧은 기간 동안 이룬 압축적인 성장을 방증하며,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한류의 기원이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이는 한국인의 문화적 자부심과 글로벌 인정 욕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초기 한류는 중국 시장에서 한국 대중문화가 서구 문화에 대한 대안으로 소비되는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사드(THAAD) 배치로 인한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K-팝 그룹 BTS와 블랙핑크,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은 중국 시장을 넘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이는 한류가 더 이상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창·제작자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혁신을 통해 문화콘텐츠 현장에서 자체적으로 발전해왔음을 보여준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6관왕이라는 쾌거는 이러한 한류의 진화와 확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서울 대학로에서 시작된 이 작품이 세계 최고 권위의 뮤지컬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음악상, 연출상, 무대디자인상, 남우주연상까지 휩쓴 것은, 한국 공연 예술 콘텐츠의 창작 역량과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는 사건이다. 이는 과거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에서 일으킨 반향이 한국 대중문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첫 신호탄이었다면, 현재 <어쩌면 해피엔딩>의 성공은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인이 공감하고 인정하는 보편적인 가치를 창출하며 EGOT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음을 증명하는 획기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성과들은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들에게도 한국 콘텐츠 산업의 무한한 잠재력을 보여주며, 글로벌 문화 시장에서 한국의 선도적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