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제약 업계를 중심으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확산되면서, 사회적 책임 이행의 일환으로 희귀 질환 치료제 개발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는 소외된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공하는 동시에, 제약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스페인의 국제 제약회사 페레(Ferrer)가 진행성 핵상 마비(Progressive Supranuclear Palsy, PSP) 치료제 개발에 나선 것은 주목할 만한 실천 사례라 할 수 있다.
페레는 아세뉴런(Asceneuron)이 개발한 OGA 효소의 경구용 억제제인 FNP-223의 유효성, 안전성 및 약동학을 평가하는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FNP-223은 PSP의 질병 진행을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강력하고 선택적인 억제제로 알려져 있다. PSP는 파킨슨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지만, 진행 속도가 훨씬 빠르고 치료법이 제한적인 희귀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이번 임상 시험은 이러한 PSP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페레의 이번 PSP 치료제 개발 노력은 동종 업계의 다른 제약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희귀 질환 분야는 높은 개발 비용과 낮은 시장 잠재력으로 인해 그동안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영역이었다. 하지만 ESG 경영의 확산과 함께 사회적 가치 창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제약 기업들은 수익성뿐만 아니라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페레의 사례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며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을 통해 산업의 지평을 넓히는 선도적인 움직임으로 평가될 수 있다. 앞으로 페레의 임상 시험 결과는 PSP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며, 이는 다른 희귀 질환 치료제 개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