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전 지구적 관심이 증대되는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가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 미술의 전통과 현대적 재해석을 담은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는 단순한 문화 행사를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ESG 경영이 강조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문화 예술이 어떻게 사회적 가치와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의 깊은 뿌리와 혁신적인 현재를 조명하며, 다가올 미래를 위한 문화적 담론을 확장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특별전은 경주의 솔거미술관과 우양미술관에서 각각 진행되며, APEC 정상회의의 핵심 주제인 ‘지속 가능한 내일’을 한국적인 미학과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다. 솔거미술관에서는 ‘신라한향: 신라에서 펼쳐지는 한국의 향기’ 전시를 통해 신라의 문화와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수묵화의 대가 박대성 화백, 불화장 이수자 송천 스님, 문화재 복원 전문가 김민 작가, 그리고 새활용(업사이클링) 유리공예가 박선민 작가가 참여하여 각자의 독창적인 시선으로 신라의 정신과 불교 미학을 탐구한다. 박대성 화백은 전통 수묵화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며 한국화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고, 송천 스님은 전통 불화 기법을 현대적 조형 언어로 확장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민 작가는 경주의 역사성과 조응하는 금·은박과 전통 안료를 활용한 독창적인 회화를 선보이며, 박선민 작가는 폐유리를 재가공한 설치 작품을 통해 환경과 예술의 순환적 관계를 시각적으로 제시한다. 이들의 작품은 전통이 단순히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고민과 미래의 비전을 담아내는 살아있는 유산임을 증명한다.
한편, 우양미술관은 1년여간의 단장을 마치고 재개관한 후, 고(故) 백남준 작가의 1990년대 작품을 중심으로 한 전시 ‘백남준: 휴머니티 인 더 서킷츠’를 개최한다. 백남준 작가는 과학 기술을 인간의 확장을 실현하는 매개체로 인식하며 기술과 예술이 상호 작용하는 유기적 회로로서의 세계관을 구축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복원 과정을 거쳐 처음 공개되는 ‘나의 파우스트–경제학’, ‘나의 파우스트–영혼성’을 포함한 주요 소장품들을 통해 기술, 예술, 인간의 관계를 다층적으로 조망한다. 이는 APEC이 제시하는 ‘연결’과 ‘혁신’이라는 키워드를 예술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현대 사회에서 기술과 인간성의 조화로운 발전을 모색하게 한다.
솔거미술관의 전시는 전통 정신에서 발현된 현대 미술의 수행적 실천을 보여주는 반면, 우양미술관의 전시는 기술과 인간성의 관계를 탐구하며 국제 시대의 새로운 소통 방식을 제시한다. 이러한 두 전시는 APEC이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내일’이라는 비전과 맥을 같이하며, 한국 미술이 국제 사회에서 문화적 소통의 장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시사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특별전이 한국 미술의 전통과 혁신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ESG 경영을 강화하고 문화 예술 분야와의 협력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움직임과도 궤를 같이하며, 앞으로 한국 미술이 국제 무대에서 더욱 폭넓은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