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사회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 보호를 위한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해양수산 분야에서도 지속가능한 자원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특히, 뱀장어와 같이 어획 및 양식이 국제적으로 이슈화되는 종에 대한 규제 논의는 관련 산업계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 흐름 속에서, 한국 해양수산부는 다가오는 제20회 CITES 총회를 앞두고 극동산 뱀장어의 CITES 부속서 Ⅱ 등재 시도를 저지하는 것을 넘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뱀장어 자원의 지속가능한 관리를 위한 선제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10월 23일(목) 부산에서 ‘제3차 실뱀장어 자원관리 민?관 협의체 회의’를 개최하며 이러한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지난 5월 구성된 이 협의체는 정부, 지자체, 전문가, 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실뱀장어 자원 관리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해왔다. 이번 회의의 핵심 의제는 11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리는 제20회 CITES 총회에서 제기될 수 있는 뱀장어의 CITES 부속서 Ⅱ 등재 제안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전략 마련이다. 협의회에는 해양수산부를 비롯하여 국립수산과학원, 지자체, 수협중앙회, 한국수산자원공단, (사)한국민물장어생산자협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관측센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여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업계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뱀장어 종의 CITES 부속서 Ⅱ 등재에 대한 과학적 논거를 바탕으로 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해왔다. 더 나아가, 극동산 뱀장어 양식에 의존하는 동북아 국가들과의 공조를 통해 공동 대응 체제를 구축하고, 우호적인 외교적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자문단은 뱀장어 전체 종을 CITES 부속서 Ⅱ에 등재하는 것은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또한, 해양수산부는 외교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장관 명의의 외교 서한을 CITES 회원국에 송부하고, 현지 대사관을 통해 지지를 요청하는 등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번 협의회에서는 그간의 CITES 등재 동향과 정부의 대응 노력을 참가자들과 공유하는 한편, 총회 대응 전략을 최종 점검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국립수산과학원이 개발하여 상용화를 앞둔 ‘현장용 신속 종판별 키트’의 시연이었다. 이 키트는 극동산 뱀장어(Anguilla japonica)를 20분 이내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는 기술로, 유럽연합(EU) 등이 제기한 유럽산과 타 지역 종의 구별 어려움이라는 등재 명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과학적 증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해양수산부는 이 키트 관련 자료를 CITES 사무국과 FAO 자문단에 제출했으며, 회원국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더 나아가, CITES 등재 여부와는 별개로 극동산 뱀장어 자원의 지속가능한 관리 및 양식 산업의 발전을 위해 이번 협의회에서는 양식장 실뱀장어 입식량 관리, 자원 회복 방안 등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졌다. 이는 2024년 기준 614개소, 1만 6천 톤, 5,139억 원의 생산 규모를 자랑하는 한국 뱀장어 양식 산업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한 중장기적인 로드맵 구축의 일환이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실뱀장어는 국내 내수면 양식 산업의 핵심 자원이므로, 민관 협의체를 통해 CITES 등재 논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자원 관리 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방류 효과 조사, 유전자 기반 종 판별 기술 보급 등 후속 정책을 구체화해 나갈 계획”임을 덧붙이며, 한국 수산자원 관리의 미래를 위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는 개별적인 규제 대응을 넘어, 선제적인 자원 관리와 기술 혁신을 통해 국제 사회의 지속가능성 요구에 부응하고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한국의 노력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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