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통한 도시 정체성 확립이 중요하게 논의되는 가운데, 서울역이 100주년을 맞아 특별한 기획전을 개최하며 근현대 도시의 변화상을 조명하고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되는 특별전 <백년과 하루: 기억에서 상상으로>는 단순한 역사적 기념을 넘어, 서울역이라는 공간이 지닌 다층적인 의미와 산업적, 사회적 맥락을 탐색하는 기회로 작용한다. 이는 과거의 유산을 현재의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현대 도시 문화의 중요한 흐름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1925년 9월 30일, 서울역이 처음 준공된 날에 맞춰 개막했으며, 문화역서울284와 커넥트플레이스 서울역점 야외 공간을 아우르는 대규모 기획으로 마련되었다. 이는 서울역의 과거, 현재, 미래를 세 가지 이야기로 엮어내며 관람객들에게 풍성한 경험을 제공한다. 르네상스풍 절충주의 양식으로 지어진 옛 서울역사는 붉은 벽돌과 돔 지붕, 좌우대칭의 석조 구조 등 당대의 기술과 미학이 집약된 건축물로서,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닌 ‘쓰이고 있는 역사’로서의 매력을 발산한다. 이러한 건축물의 가치는 시대의 변화를 담고 새로운 문화를 수용하며 현재까지 생동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더욱 부각된다.
전시는 ‘엮어내는 기억’, ‘이어지는 기억’, ‘읽어내는 상상’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서울역의 시공간적 여정을 따라간다. 중앙홀에서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 출발과 귀환이 교차했던 공간으로서 서울의 시간을 품고 있는 상징성을 보여준다. 3등 대합실에서는 100년의 시간을 담은 공간에 당시 최신 기술의 산물이었던 단조로운 콘크리트 기둥과 벽면 타일, 그리고 서울역의 근현대사를 보여주는 사진, 사료, 현대 작가들의 설치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6·25 전쟁과 분단의 상처를 상징하는 ‘경계’와 같은 작품은 폐허 위에서 피어난 희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어지는 ‘이어지는 기억’ 섹션에서는 남성 전용이었던 1, 2등 대합실과 여성 승객을 위한 부인 대합실, 그리고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귀빈실을 통해 과거의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당시 대합실에서 판매되던 맥주와 커피를 현대 브랜드와 협업하여 재현한 시도나, 서울역과 서울역을 주제로 제작된 음악은 전통과 현대의 흥미로운 공존을 보여준다. 마지막 ‘읽어내는 상상’ 챕터는 미래 서울역에 대한 작가들의 글과 서점을 통해 문학적 상상력을 확장하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또한, 해방 직후 서울역 창고에서 발견된 ‘조선말 큰사전’ 원고 공개는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순간을 환기시킨다.
이와 더불어, 지하 1층에 특별 개방된 구 서울역사와 신 KTX 역사를 잇는 연결 통로는 단순한 편의 시설을 넘어 과거와 현재, 남북과 유라시아를 잇는 ‘연결의 상징’으로서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이는 도시 인프라가 갖는 상징적 의미를 재조명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문화유산 복원에 있어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삼을지’, ‘상충하는 자료 중 무엇을 채택할지’와 같은 섬세한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서울역 복원 과정을 이끈 전문가들의 인터뷰는 근대 건축물이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도 가치가 형성되고 있으며, 이 시대 사람들의 일상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결론적으로, 서울역의 100년은 근대와 현대를 잇는 도시의 기억이자, 시대의 변화를 품고 새로운 문화를 수용하며 현재까지 생동하는 공간의 역사이다. 이번 특별전은 서울역이 지닌 이러한 다층적인 가치를 재확인하고, 앞으로 또 다른 100년의 이야기를 어떻게 써 내려갈지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며, 동종 업계의 다른 문화유산 보존 및 활용 사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단순히 건축물을 보존하는 것을 넘어, 그 안에 담긴 시대의 정신과 사람들의 삶을 현재와 미래로 연결하는 문화적, 산업적 시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