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국가 시스템을 유지하고 인류 평화의 가치를 지켜내려는 노력은 오늘날 기업들이 추구하는 ESG 경영의 핵심 정신과 깊은 맥을 같이 한다.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을 중시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과거의 중요한 역사적 유산이 지닌 의미는 더욱 깊어진다. 최근 국가유산청이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으로 선정한 것은 바로 이러한 거시적인 맥락에서 주목할 만한 사건이다. 이는 단순한 역사적 사실의 기록을 넘어, 위기 속에서도 공동체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헌신했던 인류 보편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이번 우선등재목록 선정은 2025년 제6차 문화유산위원회 세계유산분과 회의에서 결정되었으며, 14일 국가유산청을 통해 공식 발표되었다. 우선등재목록이란 잠정목록 중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철저한 보호·관리 계획을 충족하는 유산이 선정되는 단계로, 향후 문화유산위원회의 추가 심의를 거쳐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위한 공식 절차인 예비평가 대상으로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이는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이 지닌 잠재력과 중요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중요한 발판이 마련되었음을 의미한다.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은 20세기 중반, 한국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국가 기능과 사회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조성된 국가 단위의 피란수도 사례를 증명하는 귀중한 유산이다. 이는 당시 부산이 단순한 피란 도시를 넘어, 전쟁의 혼란 속에서도 국가로서의 명맥을 유지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자 했던 의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노력은 현재 우리가 추구하는 인류 평화의 가치와도 맞닿아 있으며, 극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공동체의 안녕을 지키려 했던 사람들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게 한다.

특히, 이번에 우선등재목록으로 선정된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은 ▲경무대(임시수도대통령관저) ▲임시중앙청(부산임시수도정부청사) ▲아미동 비석 피란주거지 ▲국립중앙관상대(구 부산측후소) ▲미국대사관 겸 미국공보원(부산근대역사관) ▲부산항 제1부두 ▲하야리아기지(부산시민공원) ▲유엔묘지 ▲우암동 소막 피란주거지까지 총 9개의 구성요소로 이루어진 연속유산이다. 이는 당시 부산이 전쟁 상황 속에서 국가 운영의 모든 기능을 수행했음을 보여주는 방대한 기록이자, 피란민들의 삶의 터전이 되었던 공간들을 아우르는 중요한 증거들이다. 아울러, 이번 심의에서는 영도다리와 복병산배수지가 새로운 구성요소로 추가되고, 등재 기준과 서술이 보완되어 전체적인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 이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노력이 반영된 결과이다.

국가유산청은 앞으로도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하며, 우리 유산이 지닌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이번 우선등재목록 선정을 시작으로, 부산은 한국전쟁이라는 아픔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역사의 현장이자, 인류 평화라는 보편적 가치를 증명하는 중요한 유산으로 세계무대에 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들에게도 사회적 책임과 역사적 의미를 담은 가치 창출이 단순한 의무가 아닌, 미래를 선도하는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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