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시대, 재난 회복을 넘어선 지역 공동체 활성화 전략은 단순한 선행이 아닌 필수 전략이다2025년 봄 거대한 산불이 경북 안동시 원림2리 토갓마을을 휩쓸고 갔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은 단순 기부를 넘어선 전략적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경영의 핵심 영역으로 부상한다. 특히 재난 피해 지역의 회복력 강화는 단기적인 물자 지원을 넘어 장기적인 공동체 재건과 심리적 치유, 나아가 지속 가능한 지역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중요한 전략적 접근이다. 이는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며 동시에 비즈니스 리스크를 관리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2025년 경북 지역을 휩쓴 산불 피해 마을인 안동 토갓마을 사례는 이러한 전략적 접근의 중요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당시 행정안전부는 ‘산불재난지역대상 지역청년공동체 활성화사업’을 추진하며 지역 주도의 회복력을 강화하고 청년들의 마을 정착 기반 마련을 지원했다. 이 사업은 물리적 복구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공동체의 심리적·사회적 자본 회복에 주목한 전략적 선택이다.

안동 지역 청년 사진 동호회인 ‘로컬그라피 오월’이 이 사업을 통해 토갓마을에 접근한 방식은 CSR 활동의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한다. 이들은 단순한 일회성 자원봉사가 아닌, 꾸준하고 진정성 있는 관계 형성에 집중했다. 직장이 있음에도 주말마다 마을을 찾아 주민들과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친손주 같은’ 유대를 형성한 점은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에서 ‘지속성과 진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단발적인 이벤트는 주민들에게 기대를 심어주지 못했지만, 청년들의 꾸준함은 결국 주민들의 마음을 열었다.

로컬그라피 오월의 활동은 비재무적 가치 창출이라는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폐허가 된 마을의 복구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집을 잃은 어르신들의 기억을 바탕으로 사라진 집을 그림으로 되살리는 작업을 진행했다. “우리 영감님 베트남 참전 사진”, “아들 돌 사진”, “딸 결혼 사진” 등 물질적 가치를 넘어선 소중한 기억과 추억을 복원하는 행위는 주민들의 심리적 치유와 공동체 정체성 회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는 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가 물질적 지원을 넘어 문화적, 심리적 지원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활동은 단순 비용 지출이 아닌, 지역 사회의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형성하는 장기적 투자로 해석된다.

나아가 로컬그라피 오월은 토갓마을 주민들과 함께 그린 그림과 사진으로 안동 시내에서 전시회를 개최했다. 이는 재난의 아픔을 대중에게 알리고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하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사회적 문제를 공론화하고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능력은 기업의 ESG 경영에서 중요한 역량이다. 단순한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닌, 마을과 청년들의 ‘이음’을 확장하여 사회적 파급력을 높이는 전략인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재난 회복을 넘어선 지역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을 제시한다. 청년 공동체가 주도적으로 지역 문제 해결에 참여하고, 그 과정에서 청년들의 지역 정착 기반이 마련되며, 마을에는 생동감이 넘친다. 이는 기업이 지역 사회 문제 해결에 투자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자본 축적, 브랜드 이미지 제고, 나아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2026년에도 토갓마을을 포함한 다른 산불 피해 마을의 기록을 모아 더 큰 전시를 열 계획은 이러한 전략적 가치가 단기적이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이제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기업의 미래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전략 요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