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국가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의 취지를 고려하지 않은 보훈급여금 환수 처분을 취소하며, 관련 행정 관행에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 이는 개인의 불가피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법규를 기계적으로 적용하여 국민의 생활 안정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행정 처분에 대한 제동을 건 사례로 평가된다.
본 사례는 77세의 고령인 전상군경 등록자 ㄱ씨가 2009년부터 받아오던 무의탁수당 중 5년 치에 해당하는 1,062만 원을 뒤늦게 인지한 혼외자 때문에 환수 처분받은 것에 대한 행정심판 결과다. ㄱ씨는 60세 이상이고 부양할 자녀가 없어 당시 무의탁수당 지급 요건을 충족했다. 그러나 2024년 12월, 혼외자녀를 법적으로 인지하면서 가족관계가 소급하여 변동되었고, 이를 근거로 관할 보훈지청은 기존에 지급된 수당을 환수하겠다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중앙행심위는 ㄱ씨가 당시 가족관계증명서상 자녀가 없어 무의탁수당을 받는 것이 정당했으며, 자녀 인지 후 즉시 보훈지청에 신고하여 부정수급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한, 민법 제860조의 인지 소급효는 본래 상속권 등 민사상 권리 보호를 위한 것인데, 이를 사회보장적 성격을 지닌 국가유공자법에 그대로 적용하여 이미 지급된 보훈급여금을 환수하는 것은 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ㄱ씨가 77세 고령에 지병으로 생활이 어려워 거액의 환수가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환수 처분으로 얻는 공익보다 ㄱ씨가 입게 될 생활 안정 침해라는 불이익이 훨씬 크다고 보았다.
중앙행심위는 청구인이 민법상 법률효과로 인해 공법 영역에서 보훈급여금 환수라는 결과를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단순히 민법 규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위법·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행정 처분 시 법의 취지와 실질적인 부양가족 여부 등 개별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익과 사익을 합리적으로 비교·형량해야 한다는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재결은 앞으로 유사한 행정 처분 시 국민의 권익 보호를 위한 보다 신중하고 합리적인 접근을 요구하는 선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