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을 맞이하여 대한민국 고고학계는 과거의 족적을 되짚으며 미래를 조망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역사적 고찰을 넘어, 일제강점기라는 특수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진행된 발굴조사들이 한국 고고학 연구 전반에 미친 영향과 그 의미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나아가 한국 고고학이 나아가야 할 주체적 연구 방향을 설정하려는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주최하는 ‘일제강점기 한국 주요유적 발굴조사’ 학술대회는 주목할 만한 실천 사례로 평가된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9월 11일 오전 10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개최되는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일제강점기 동안 이루어진 대한민국 중요 유적 발굴조사의 성과와 한계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학술대회는 기조 강연을 시작으로 총 5개의 주제 발표와 2개의 재발굴 사례 발표, 그리고 종합 토론으로 구성되어 있어, 과거 조사의 객관적 평가와 미래 연구 방향 모색이라는 두 가지 축을 균형 있게 다룰 것으로 기대된다.

주제 발표에서는 최병현 숭실대학교 명예교수의 ‘일제강점기 한국 유적의 발굴조사와 과제의 극복’ 강연을 필두로, 이기성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의 ‘석기시대 유적 조사’, 강현숙 전 동국대학교 교수의 ‘고구려·낙랑 유적의 고고학 조사’, 이정호 동신대학교 교수의 ‘백제·마한 유적 고고학 조사’, 차순철 (재)서라벌문화유산연구원 원장의 ‘신라·가야 유적 고고학 조사’ 발표가 이어진다. 이 발표들은 당시 발굴된 유적들에 대한 현황 분석과 함께,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제약 속에서 우리 고고학 연구가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현재 재발굴 조사가 진행 중인 고령 지산동 5호분(정인태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과 부여 왕릉원(오동선 순천대학교)에 대한 조사 성과 발표는 과거 조사가 남긴 과제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으며, 새로운 연구 성과를 어떻게 도출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줄 것이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박순발 충남대학교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고, 한창균 전 연세대학교, 정인성 영남대학교, 성정용 충북대학교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과거 조사에 대한 심도 있는 평가와 학계의 대응 방안, 그리고 향후 연구 방향에 대한 폭넓은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학술대회는 별도의 절차 없이 누구나 참여 가능하도록 하여, 학술적 성과를 국민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국가유산청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는 지속 가능한 국가유산의 미래 전략 수립을 위한 학계와의 긴밀한 협력과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움직임으로, 향후 한국 고고학 연구의 주체성과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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