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의 지속적인 관계 증진과 역사적 인물에 대한 기념은 문화 외교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특히, 국경을 넘어선 헌신과 희생은 오늘날 국제 사회의 협력과 이해를 돈독히 하는 밑거름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독립유공자이자 몽골 마지막 황제의 어의로서 양국의 우호 증진에 기여한 이태준 선생을 기리는 기념관이 몽골 울란바타르에 새롭게 개관하며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일, 몽골 울란바타르 현지에서 주몽골대한민국대사관과 몽골한인회의 공동 주관으로 이태준 선생 기념관 개관식이 개최되었다. 이날 행사에는 최진원 주몽골대한민국대사를 비롯하여 조정식 국회의원, 나치만 국가보훈부 보훈문화정책관, 조윤경 몽골한인회장, 조근제 함안군수, 김동균 대암이태준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 등 한국 측 인사들과 몽골 측의 환경기후변화부 졸바야르 사무차관, 울란바타르시 항올구 체렌 구청장, 외교부 에르덴토야 전 주한대사 등 총 300여 명의 관계자가 참석하여 기념관 개관을 축하했다.

이번에 새롭게 건립된 몽골 이태준 기념관은 2001년 몽골 정부로부터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조성된 ‘이태준 기념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다. 기존의 협소했던 목조 기념관을 대체하여 국비 등 총 19억 6천여만 원의 예산을 투입,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 규모의 현대적인 전시 및 교육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기념관 내에는 이태준 선생의 활동상을 담은 인공지능(AI) 복원 영상과 함께 한-몽 교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교류관이 마련되었으며, 의사로서의 구국 운동과 의료 활동 등을 상세히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전시가 구성되어 있다.

개관식은 기념사와 축사를 시작으로 기념 영상 상영, 축하 공연, 기념 촬영, 기념관 관람 순서로 진행되었으며, 기념관 신축 개관에 기여한 주몽골대한민국대사관과 몽골한인회에 대한 국가보훈부 장관 표창도 수여되었다. 1883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난 이태준 선생은 1911년 세브란스의학교를 졸업한 후, 1914년 몽골 고륜(현 울란바타르)으로 건너가 동의의국을 개업하며 근대 의술을 펼쳤다. 그는 몽골 사회에서 두터운 신뢰를 쌓는 한편, 각지의 애국지사들과 긴밀한 연락을 유지하며 항일 운동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특히 중국과 몽골을 오가는 애국지사들에게 숙식과 교통 편의를 제공하고, 파리강화회의에 파견된 김규식 선생에게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하는 등 헌신적인 활동을 펼쳤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몽골 마지막 황제의 어의를 지냈으며 외국인에게 수여되는 최고 등급의 몽골 국가훈장을 받았고, 대한민국 정부로부터는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받았다.

최진원 주몽골대한민국대사는 기념사를 통해 수교 35주년을 맞는 해에 기념관 개관을 축하하며, 이태준 선생의 독립정신과 몽골인에 대한 사랑과 헌신이 현재 한-몽 우호 관계의 자양분이 되었음을 강조했다. 또한, 선생의 뜻을 이어받아 양국 관계를 더욱 성숙하고 내실 있는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몽골 졸바야르 사무차관 또한 축사를 통해 이태준 선생이 몽골에서 근대 의료 기술로 많은 몽골인의 전염병을 치료하고 황제의 어의로 활동하며 몽골인들의 존경을 받는 한-몽 우호 관계의 상징적인 인물임을 언급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은 나치만 보훈문화정책관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이태준 선생의 정신을 기리는 기념관 개관의 의미를 되새기며, 국가보훈부가 기념관이 한-몽 우호 증진과 독립정신 계승에 기여하는 사적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관리 및 운영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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