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음악, 드라마, 영화, 게임 등 다양한 대중문화 확산을 위한 민관 협력 체계 구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인 산업 동향 속에서, 과거 한국산(産) 대중음악으로 인식되던 K-팝이 이제는 국적을 초월한 ‘한국식(式)’ 장르로 진화하며 새로운 문화 수출 전략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단순히 개별적인 현상을 넘어, 한국 콘텐츠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확장될 수 있는 잠재력을 시사한다.
K-팝의 진화 과정은 그 정의의 변화를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초기 K-팝은 1990년대 말, 한국에서 만들어지고 한국인이 주로 향유하던 ‘가요’를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용어였다.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를 기점으로 한국 대중음악은 황금기를 맞았고, 1996년 H.O.T.의 데뷔는 전문적인 아이돌 연습생 시스템의 시작을 알렸다. 가수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창립자가 ‘문화기술론’으로 개념화한 이 시스템은 10대 팬덤을 중심으로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로 영향력을 확장시켰다. 보아, 비,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이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K-팝은 음악을 넘어 전후방 산업을 포괄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자체를 지칭하게 되었다. 칼군무, 영상미 넘치는 뮤직비디오, 팬덤 활동 등이 K-팝의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았으며, 외국인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K-팝은 ‘한국에서 유래한 대중음악’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2010년대 이후 K-팝은 전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 본격적으로 스며들었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세계적인 성공은 K-팝의 글로벌 확산에 기폭제가 되었고,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는 빌보드 차트와 코첼라 무대에서의 활약을 통해 K-팝의 저력을 증명했다. K-팝은 이제 한국의 중요한 문화 전략자산으로 인식되어, 한국관광공사 명예홍보대사 위촉 등 ‘한국의 얼굴’로서 활약하는 사례가 늘었다. 특히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의 메가 히트는 K-팝이 국적과 상관없이 전 세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빌보드는 해당 시리즈의 OST ‘골든’을 ‘핫100 차트를 정복한 여덟 번째 K-팝 노래’이자 ‘여성 가수가 부른 첫 번째 K-팝 노래’로 평가하며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했다. 이처럼 K-팝은 ‘한국 대중가요’에서 시작하여 ‘하나의 장르’로 진화하며 무한한 확장성을 확보했다.
이러한 K-팝의 진화와 확장은 민간 영역의 역동성과 정부의 지원이 시너지를 이룰 때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K-팝 최전선에서 활동해 온 인물을 함께 지명한 것은 이러한 민관 협력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영역을 넓혀온 K-팝이 앞으로 민관의 유연하고도 뚝심 있는 협업을 통해 어떠한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