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고령화와 보장성 강화 정책 추진으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의 압박이 가중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보험료 인상의 불가피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이미 2024년 말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이는 곧 의료비 지출의 급증으로 이어진다. 2022년 기준 17.7%의 고령인구가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의 42.1%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고령화 심화가 진료비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거시적인 인구 구조 변화와 함께, 정부는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보장성 강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암, 심뇌혈관질환, 희귀난치질환 환자의 본인 부담을 줄이는 산정특례, 본인 부담 상한제 확대, 비급여 진료의 급여화, 그리고 1회 투여에 19억 8000만 원에 달하는 졸겐스마와 같은 초고가 신약의 급여화까지, 이러한 정책들은 건강보험 지출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내년(2026년) 건강보험료가 1.48% 인상되는 결정은 단순히 개별 보험료율 조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난 8월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보험료 동결과 인상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배경에는, ‘준비금 충분론’과 ‘적자 전환 불가피론’이 충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료비 증가 추세를 면밀히 살펴보면 상황의 심각성을 더욱 명확히 인지할 수 있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 건강보험 총 진료비는 연평균 8.1%씩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평균 1.8%에 불과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 의료비 지출이 가장 많은 미국조차 2022년 의료비 증가율이 전년 대비 4.1%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한국의 진료비 증가 속도가 매우 빠름을 보여준다. 또한, 최근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의료공급 구조개혁 추진 역시 상당한 재정 투입을 요구하고 있다. 분만·소아·응급 분야 수가 인상,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연 3조 3000억 원), 포괄2차병원 지원(연 7000억 원), 필수 특화분야 지원(연 1000억 원 내외) 등 향후 3년간 약 10조 원 규모의 재정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어린이병원의 적자를 100% 보전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시범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모두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의료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지출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건강보험의 지출은 보장성 강화와 고령화로 인해 단기적, 장기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 성장이나 근로 인구 증가와 같은 긍정적인 변수가 뒷받침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 증가하는 지출에 상응하는 수입 확보는 필수적이다. 2024년 기준 97조 3626억 원의 건강보험 지출에 대해 29조 7221억 원(급여비 3.8개월분)의 준비금이 있지만, 기획재정부의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2026년부터 적자로 전환되어 2033년이면 준비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향후 코로나19와 같은 예상치 못한 위기 발생 시 건강보험의 기능 수행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준비금이 모두 소진된 후에 보험료를 인상할 경우,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여 미래 세대에게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미래세대에 빈 곳간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보험료 동결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지며, 지금 바로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재정 운영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