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 진입과 함께 근육량, 근력, 근 기능 저하로 대표되는 근감소증이 주요 건강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신체 노화뿐만 아니라 활동량 감소, 영양 불균형, 만성질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노년기 건강을 위협하고 사망률을 높이는 근감소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폭되는 가운데, 농업 기술이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국산 품종인 채소용 고구마 ‘통채루’의 잎과 줄기에서 근력 개선 효과를 확인하며, 이는 단순한 식량 생산을 넘어선 농업 자원의 고부가가치화 및 건강 기능성 소재 개발이라는 지속가능한 농업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사한다.

국립식량과학원 연구진은 ‘통채루’의 지상부(잎·줄기) 추출물을 근육세포에 처리한 결과, 근육세포 생성 관련 단백질 발현을 증가시키고 근육세포 분해 관련 단백질 발현을 억제하는 이중 효과를 확인했다. 이는 근육 생성 촉진과 분해 억제라는 상반된 작용을 동시에 수행함으로써 근력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동물실험에서는 근감소를 유도한 실험군에 ‘통채루’ 추출물을 투여했을 때, 근 위축으로 감소했던 제지방량 비율이 정상군 수준으로 회복되었으며, 악력 또한 근 감소 대조군 대비 20.9% 향상되는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더 나아가, 근육 손상 지표인 엘디에이치(LDH)와 시피케이(CPK) 수치는 각각 34.7%, 23.4% 감소했으며, 장딴지근과 대퇴사두근의 근육 단면적은 각각 14.8%, 41.5% 증가했다. 이러한 결과는 근육 손상을 나타내는 지표의 감소와 실제 근육량의 증가라는 객관적인 수치를 통해 ‘통채루’ 추출물의 근력 개선 효과를 명확히 입증하고 있다. 또한, 근육 분해 관련 마커 단백질(Atrogin-1, MuRF-1, ubiquitin) 발현 감소와 근육 합성과 관련된 단백질(MHC, MyoD, MyoG) 발현 증가는 ‘통채루’ 추출물이 근육의 생리적 과정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고구마 잎과 줄기가 단순히 폐기되는 식물 자원에서 근육 질환 예방 및 개선을 위한 기능성 소재로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양성 대조군으로 사용된 오미자 추출물과 유사한 수준의 효과를 보였다는 점은 ‘통채루’가 기존 기능성 원료와 견줄 만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시사한다. 농촌진흥청은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고구마순 추출물을 포함하는 근육질환 예방, 개선 또는 치료용 조성물’ 특허를 출원했으며, 이는 농업 기술의 혁신이 건강 증진이라는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송진 농촌진흥청 발효가공식품과 과장은 “이번 연구는 고구마 잎과 줄기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기능성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중요한 성과”라고 강조하며, “앞으로 발효 기술 접목 등 과학적 근거자료를 더욱 강화하여 다양한 기능성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농촌진흥청이 단순히 농산물 생산 기술 개발에 머무르지 않고, 농업 자원의 지속가능한 활용과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연구 개발을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시도는 ESG 경영 관점에서 농업이 사회적 책임(Social)과 환경적 지속가능성(Environmental)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중요한 동력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들에게도 농업 부산물의 새로운 가치 발굴 및 고부가가치화 전략 수립에 대한 영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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