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산업 현장에서의 중대재해 발생은 단순한 사고를 넘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ESG 경영’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으며, 기업들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측면에서의 책임 이행을 강화해야 하는 사회적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사회(Social)’ 부문은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 보호를 핵심 과제로 삼고 있으며, 이에 대한 기업의 노력과 성과가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인 산업 동향과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여, 금융 부문에서도 중대재해와 관련된 금융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예방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1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중대재해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범부처 협력을 강조했다. 이 대책에는 여신 심사, 자본 시장 평가 반영 등 금융 부문 관련 과제도 포함되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금융권 대출, 보험, 정책금융, 자본 시장 공시 및 평가 등 전 금융 부문을 아우르는 세부 추진 방안을 마련하여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세부 방안은 중대재해 발생 시 기업의 향후 영업 활동이나 투자 수익률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응하여, 금융 부문이 건전성 유지와 투자자 보호를 선제적으로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인지한 결과이다.
이에 금융권은 중대재해 관련 금융 리스크 관리를 위해 건전성 규율 강화와 더불어 중대재해 예방에 대한 우대 조치를 병행하는 양방향 대응을 추진한다. 은행권에서는 신용평가 시 중대재해 이력을 명시 반영하고, 한도성 대출 약정 시 감액 및 정지 요건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주금공에서는 부실 시공 및 안전 사고 관련 기업 평가 감점 제도를 강화하고, 안전 관리 우수 기업에 대한 보증료율 우대 폭을 확대할 예정이다. 보험 부문에서는 중대재해 발생 시 관련 보험료율을 할증하는 대신, 안전 관리 인증 기업에 대해서는 보험료 할인을 적용한다. 정책금융 측면에서는 안전 설비 신규 투자 기업에 대한 금리 우대 및 안전 우수 인증 기업에 대한 우대 상품을 신설하여 안전 경영을 유도한다. 자본 시장에서는 중대재해 발생 및 관련 형사 판결 시 이를 거래소에 수시 공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사업 보고서 등에 중대재해 발생 현황 및 대응 조치를 공시하도록 정기 공시도 강화한다. 또한, ESG 평가 기관 가이던스에 중대재해 발생 시 ESG 평가 반영을 의무화하고, 기관 투자자의 투자 판단에 중대재해 등 노동 관련 법 위반이 포함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 및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는 등 자본 시장의 공시 및 평가 시스템 전반에 걸쳐 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금융위원회의 발표는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금융적 제재와 더불어 안전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인센티브 제공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ESG 경영 확산이라는 더 큰 흐름 속에서 산업 현장의 안전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는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들에게도 중대재해 예방 및 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선제적인 안전 시스템 구축 및 투자를 유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이러한 노력은 궁극적으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투자자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기여하며, 한국 경제 전반의 건전성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