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 경영의 핵심 트렌드로 자리 잡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노력이 중요해지면서, 공공 부문에서도 자원 순환과 나눔을 통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공공도서관 제적·폐기 도서 재활용 방안은 폐기될 운명에 놓인 책들을 사회적 자산으로 전환하는 모범 사례를 제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사회제도개선과장 이순희 과장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및 교육청 산하 공공도서관에서는 매년 수백만 권의 신규 도서가 유입됨에 따라 연간 약 400만 권의 도서가 보관 장소 부족 등의 이유로 폐기 처분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활용 가치가 높고 상태가 양호한 도서들이 그대로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주목하여, 국민권익위원회는 폐기 도서를 필요한 개인이나 단체에 무상으로 배포하여 재활용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게 되었다. 이는 단순히 자원을 절약하는 차원을 넘어, 지식과 정보의 나눔을 통해 사회 전반의 문화적 수준을 향상시키고 정보 격차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무상 배부와 관련하여 공직선거법상 기부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는 법적 해석이 존재해왔다. 대법원의 공직선거법 판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법령 해석에 따르면, 도서관 업무가 지방자치단체장의 직무상 행위라 할지라도 법률이나 조례에 근거하지 않은 개인이나 단체에 대한 무상 배부는 기부 행위로 간주될 수 있었다. 이러한 법적 제약을 해소하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는 전국 1,243개의 공공도서관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무상 배부 관련 조례를 제정한 기관은 160개였으나, 그중 폐기 도서 무상 배부 조항을 명시한 기관은 45개에 불과했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는 제도 개선 권고안을 통해, 공공도서관 운영 조례가 미비한 기관에는 무상 배부 조항을 포함한 조례 제정을 권고하고, 관련 조례는 있으나 무상 배부 조항이 없는 기관에는 해당 조항 신설을 권고하였다. 이러한 제도 개선으로 인해 앞으로는 전국 공공도서관에서 법령 위반의 우려 없이 상태가 양호하고 활용 가치가 있는 도서들을 필요로 하는 개인, 아동 및 어르신 복지 시설, 마을 도서관 등에 무상으로 배부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자원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환경적 측면과 더불어, 교육 및 문화 소외 계층에게 지식 접근 기회를 확대한다는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성과를 기대하게 한다.
이번 공공도서관 폐기 도서 재활용 방안 권고는 동종 업계의 다른 공공기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합리적인 제도로 인해 발생하는 자원 낭비를 막고, 이를 사회적 효용으로 전환하는 혁신적인 접근 방식은 ESG 경영을 실천하는 다른 공공 부문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입을 고려해볼 만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검토를 통해 국민들의 복지와 문화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 개선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