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서민 경제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국세청이 생활물가와 밀접한 업종에서 발생하는 탈세 행위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최근 고금리, 고환율 등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민들의 생활비 부담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일부 업체들이 원자잿값 상승을 핑계로 과도하게 가격을 인상하고 이를 통해 폭리를 취하며 세금을 탈루하는 행태가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서도 명절을 앞둔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은 물론, 가공식품, 농축수산물, 외식 등 먹거리 전반의 물가가 전년 대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국민들의 체감 물가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국민적 우려 속에 국세청은 국민 생활과 직결된 가공식품, 농축수산물, 외식, 예식 및 장례 업체 등 총 55개 사업장에 대한 정밀 세무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일부 업체들은 원자잿값, 물류비,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상은 원가 상승분을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가격을 인상하여 소비자에게 그 부담을 전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업체는 거래처로부터 원재료를 거짓으로 매입하거나, 사주 일가에게 가공 인건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원가를 부풀려 회사의 실제 소득을 축소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또한, 농축수산물 유통업체의 경우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무자료 거래 등을 통해 세금을 탈루하며 거래 질서를 어지럽힌 사례도 다수 확인되었다. 이러한 탈세 행위를 통해 부를 축적한 사주 일가는 법인 자금으로 고급 아파트와 고가 스포츠카 등을 구입하며 사적인 이익을 누린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 중 가공식품 제조·판매업체들은 사주 일가가 설립한 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원재료를 고가로 매입하거나 허위 매입을 통해 재료비를 부풀려 회사 소득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사주 일가에게 직책에 맞지 않는 고액의 급여를 지급하여 인건비를 과다 신고했으며, 일부 업체는 사주 일가의 고가 아파트 구입 비용이나 자택 설계·인테리어 비용까지 회사 자금으로 대신 부담하는 파렴치한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농축수산물 납품·유통업체들은 영세 사업자로부터 실제보다 많은 세금계산서를 받거나 거래 사실이 없음에도 계산서를 수취하여 매입액을 부풀려 세금을 줄였다. 특히 농어민과의 직거래 시 거래 증빙이 면제되는 점을 악용하여 농수산물을 무자료로 매입하고, 판매 대금을 현금이나 차명계좌로 받아 매출을 누락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경우, 가맹점에 공급하는 식자재 매입가를 부풀려 신고하면서 정작 가맹비 매출은 누락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회피했다. 사주 일가가 운영하는 특수관계법인을 중간에 끼워 원재료를 비싸게 매입하게 한 후, 가맹점에는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원재료를 공급하여 이익을 취했다. 또한, 가맹점으로부터 가맹비와 교육비를 받고 지정 인테리어 업체로부터 알선 수수료를 받으면서도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아 매출을 누락한 사례도 적발되었다. 예식·장례 업체들은 거짓 비용 신고와 가공 인건비 지급으로 소득을 줄이고, 현금 매출을 누락하는 등 탈세 수법이 더욱 교묘했다. 외주 업체로부터 용역을 제공받은 것처럼 꾸며 거짓 비용을 신고하고, 실제 근무하지 않는 가족에게 가공 인건비를 지급했으며, 혼주나 상주가 축의금·조의금으로 장례비를 결제하는 점을 악용하여 할인 혜택을 미끼로 현금 결제를 유도하여 수입 금액을 누락했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를 통해 원가 부풀리기, 불투명한 유통 과정에서의 탈세, 과도한 가격 인상 등 다각적인 탈세 행위에 대해 철저히 검증할 방침이다. 또한, 법인 자금 유출, 가공 인건비 지급 등을 통해 부를 축적한 사주 일가에 대해서는 재산 취득 자금 출처를 전반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무자료 거래,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차명계좌 사용 등 세법 질서를 훼손하는 불법적 거래 행태에 대해서는 일시 보관, 금융 추적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조사하고,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국세청은 원자잿값 상승을 핑계로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세금을 줄여 신고하는 업체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세무 검증을 실시하며, 민생 침해 탈세 근절과 국민 생활 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