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유통 구조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경상북도 안동도매시장이 시설현대화를 통해 산지 유통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안동도매시장은 전국 사과 거래량의 57%를 차지하는 최대 규모의 산지형 도매시장으로서, 이번 시설현대화 사업은 지역 농산물 유통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지난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의 공영도매시장 시설현대화 공모사업에 선정된 안동도매시장은 총사업비 300억 원을 투입하여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하고, 5,683㎡ 규모의 새로운 경매 시설을 추가로 건립했다. 이는 기존 경매 시설 면적 대비 약 37%에 해당하는 규모 확충으로, 물량 적체 현상을 해소하고 거래 효율성을 대폭 증대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시설현대화 이후 거래량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해 9월 둘째 주간 거래량이 5,700톤이었던 것에 비해, 올해 같은 기간에는 22% 증가한 7,000톤을 기록하며 현대화 사업의 효과를 입증했다.

특히, 이번 시설현대화는 명절 성수기 물량 쏠림 현상으로 인한 출하 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과거 추석 성수기에는 물량 적체를 피하기 위해 출하 순번표가 조기에 마감되는 경우가 빈번했으나, 올해는 추석 한 달 전 일평균 거래량이 지난해 대비 12% 증가한 871톤을 기록하며 거래 안정화를 이끌었다. 이는 안동도매시장이 단순한 거래 공간을 넘어, 지역 농산물 유통의 체계적인 관리 및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1997년 개장 이후 28년간 꾸준히 성장해 온 안동도매시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과 전문도매시장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15만 8천 톤에 달하는 사과 거래량은 전국 총 거래량의 57%를 차지하며, 7,200억 원의 거래 금액은 서울가락, 서울강서, 대구, 구리 시장에 이어 전국 5위 규모를 기록했다. 이러한 성과의 배경에는 독창적인 운영 시스템이 있다. 일반적으로 출하자가 상품을 선별·포장하여 도매시장에 반입하는 방식과 달리, 안동도매시장은 출하자가 수확한 사과를 그대로 가져오면 시장에서 선별부터 경매까지 일괄적으로 처리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출하자의 상품화 노동력을 절감시키는 동시에, 매수인은 품질이 검증된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 효율성과 신뢰성을 모두 갖춘 거래 구조를 완성했다.

김주령 경상북도 농축산유통국장은 “산지형 도매시장은 소비지 대형 도매시장 중심의 독과점적 유통 구조를 완화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안동도매시장의 성장을 적극 지원하여 농산물 유통 경로를 다변화하고 산지의 교섭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안동도매시장이 단순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넘어, 대한민국 농산물 유통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관련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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