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과학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인간 존재의 근원적 질문에 대한 탐구를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장용선 작가는 ‘생명의 본질’이라는 거시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을 예술적 조형 언어로 풀어내며 주목받고 있다. 최근 매스갤러리 청담과 한남에서 동시에 진행 중인 장용선 작가의 개인전은 우주와 생명을 연결하는 작가의 독창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The Great Cosmic Shower : 물 먹은 별’ (청담)과 ‘Mystic Eclipse : 기울어진 달, 떠오르는 태양’ (한남)이라는 두 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2025년 8월 28일부터 10월 28일까지 약 62일간 22점의 조각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과 만난다.

장용선 작가의 조형 세계는 ‘생명의 본질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에서 출발한다. 그는 빗방울이 모여 거대한 물줄기를 이루고, 세포가 증식하여 하나의 유기체를 형성하듯, 미세한 단위가 결합하여 거대한 세계를 창조하는 과정을 형상화한다. 특히 절단된 파이프의 단면을 세포의 형상으로 치환하고, 이들이 모여 하나의 군집을 이루며 나아가 우주를 떠도는 행성으로 확장되는 모습을 표현한다. 이러한 작업은 미시와 거시, 개인과 우주, 생과 사를 아우르며, 작은 세포의 진동이 은하의 리듬이 되고 초신성의 폭발이 죽음과 탄생의 경계에서 새로운 흔적을 남기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러한 흔적을 ‘생명의 단서’로 규정하며,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향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예술적으로 제시한다.

청담 갤러리에서의 작품들은 연속성과 흐름의 이미지를 강조하며, 작은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구조를 이루는 과정을 담아낸다. 이는 존재의 기원이 미세한 단위로부터 시작되어 서로를 지탱하고 연대하는 일부가 됨을 시사한다. 반면, 한남 갤러리에서의 작업은 작가 자신의 내밀한 감각에 더 집중한다. 일상적인 감각으로는 포착할 수 없었던 생기를 찾아내고자 하는 작가의 노력이 엿보인다. 스테인리스 스틸이라는 영원에 가까운 물질을 통해 물성의 탐구에 집중하는 작가는, 철을 갈아내고 용접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연의 색을 작품에 배치한다. 이러한 색들은 극지방의 오로라 같기도 하고, 그을린 자국 같기도 하며, 특정한 물성과 기법이 빚어내는 상호 관계 속에서 탄생한다.

큐레이터 조윤은 전시 서문을 통해 “작가가 포착한 세포와 행성, 빛과 어둠의 알레고리, 즉 겉으로 드러난 통상적인 이야기와 깊숙이 숨겨진 상징적 의미는, 장용선 작가의 미적 탐험과 심미적 바람에서 시작되는 조형 예술의 감각이자 근원이 되는 것”이라고 평했다.

장용선 작가 또한 작업 노트를 통해 “나의 작업은 ‘생명의 본질’은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는지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밝혔다. 그는 천체 물리학자들이 우주에 존재하는 행성, 암흑물질, 암흑에너지로부터 생명의 기원을 찾고자 하는 연구를 통해, 우리의 몸을 이루는 분자들의 모태가 우주에서 왔으며 인류의 직계 조상이 우주에 존재하는 별이라고 해석하는 과학적 사실에 주목한다. 이러한 과학적 통찰은 ‘생명의 본질은 내 몸, 주변 생물체 등의 가까운 곳에서부터 먼 우주에까지 존재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생명의 본질은 무엇일까?’라는 작업 화두를 제시한다.

작업은 ‘생명’에 있어 가장 기본적 단위인 ‘세포’의 군집으로 조형된 형상으로 시각화된다. 파이프 단면의 집적된 구조에서 세포 구성 배열의 시각적 특성을 착안하여, 절단면을 이용한 구축 작업의 과정을 통해 파이프의 단면을 세포로, 파이프의 배열을 생명체의 구조와 의미 맥락으로 일치시킨다. 이는 최소 단위의 모듈을 집적하여 미시적으로 발아 분열하는 생명체 세포를 나타내는 동시에, 거시적으로 우주에 존재하는 암흑물질, 행성 등을 표현하는 작가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