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이는 한국 사회에서 치매는 더 이상 개인이나 가족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로 부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치매 환자는 약 100만 명에 달하며, 2030년에는 15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개인의 기억을 지워가는 질환이자, 가족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드는 무거운 현실이다. 이러한 사회적 부담 속에서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를 통해 치매 환자와 가족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며, 특히 매년 9월 21일 ‘치매극복의 날’은 이러한 사회적 연대와 인식 개선을 촉구하는 중요한 계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94년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 알츠하이머병 협회(ADI)가 제정한 이날은 치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환자와 가족을 위한 연대를 다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인 사회적 흐름 속에서 전국 256곳에 운영 중인 치매안심센터는 치매 환자와 가족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치매안심센터는 무료 검진, 인지 재활, 가족 상담, 환자 돌봄 지원 등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특히 올해부터는 맞춤형 사례 관리 모델이 전국으로 확대되어 개인의 생활 방식, 가족 구조, 소득 수준에 따른 세밀한 관리가 가능해졌다. 또한, 센터 내 ‘쉼터’ 운영 대상을 장기요양 5등급 환자까지 확대함으로써 보호자들이 돌봄 부담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24시간 돌봄의 고통을 호소하는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된다.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오늘건강’ 앱이 치매 예방 및 관리의 새로운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이 앱은 약 복용 알림, 인지 퀴즈, 두뇌 훈련, 걸음 수 및 수면 패턴 기록 등의 기능을 제공하며, 필요시 치매안심센터와의 데이터 연동도 가능하다. 이러한 디지털 도구는 고령층의 디지털 격차 해소에도 기여하며, ‘기억을 지킨다’는 목표와 맞물려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농촌 지역이나 독거노인의 경우 앱 사용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교육과 보급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를 통해 치매 환자 치료 관리비 지원 대상을 중위소득 120% 이하에서 140% 이하로 확대하는 등 더 많은 국민이 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소득 기준을 아예 없애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 여력이 부족한 농어촌 지자체에서는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고 돌봄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역 간 격차는 여전한 숙제로 남아 있다.

치매는 단순히 기억력이 저하되는 것을 넘어 시간, 장소, 언어 능력, 판단력, 성격 등 다양한 측면에서 변화를 야기하는 질환이다. 최근 들어 자주 반복되는 건망증이나 일상생활 수행의 어려움은 치매의 전조 증상일 수 있으며, 이러한 작은 변화들을 간과하지 않고 조기에 치매안심센터와 같은 제도적 지원망과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 기자가 직접 경험한 ‘경도인지장애 전 단계’ 관리 과정을 통해, 치매는 초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면 진행을 늦출 수 있으며, 일상의 자유로움을 되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결론적으로, 치매는 더 이상 개인과 가족만의 고립된 싸움이 아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 치매안심센터의 촘촘한 돌봄 서비스, 그리고 ‘오늘건강’ 앱과 같은 혁신적인 디지털 도구들은 치매 환자와 가족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고 있다. 매년 9월 21일 치매극복의 날은 이러한 사회적 관심과 국가적 책임을 재확인하고, “치매와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기억을 지키는 일은 곧 인간다운 삶을 지키는 일이며, 이는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추구해야 할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