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사회는 저출산 고령화라는 거시적인 사회적 요구에 직면하며, 육아와 일의 병행이 가능한 환경 조성에 대한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아빠 육아’ 문화의 확산은 단순한 개인적 효능감을 넘어,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더 큰 그림의 일부로 주목받고 있다.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 겸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자문위원은 이러한 변화를 ‘K-아빠(K-DADDY)’라는 한국형 양육 문화의 출발점으로 제시하며, 이 여정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 주체로서 기업, 사회,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다.

유아교육 현장과 일상 속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일하는 아빠’와 ‘돌보는 아빠’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는 전환기에, 한국의 아빠들은 놀라운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2024년 기준 4만 명을 넘어선 남성 육아휴직자 수와 빠르게 확산되는 ‘아빠 육아 교실’은 이러한 변화를 입증하는 지표다. 이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아버지 세대의 경험을 답습하지 않으려는 MZ세대 아빠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동인이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의 진심 어린 노력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업의 유연근무 및 재택근무 기반의 돌봄 균형 보장이 성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기업이 단순히 이윤 추구 조직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주체로서 기능해야 함을 보여준다. 파르나스호텔의 사례처럼, 육아기 단축근무제 및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증가와 함께 자발적 퇴사율 감소 및 신입사원 지원자 증가라는 긍정적인 성과는 기업이 돌봄 친화적인 근무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인재 확보와 유지, 나아가 기업 성과까지 향상시킬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더 나아가, 기업 내 실질적인 돌봄 문화 전환을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 마련과 더불어 ‘실행 구조’의 설계가 필수적이다. 육아휴직 전후 복귀자를 1:1로 연결하는 ‘Care Buddy(케어 버디)’ 제도는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고 팀워크를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며, 조직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에 ‘휴가 사용률’이나 ‘돌봄 균형 지표'(Care KPI, 케어-케이피아이)를 포함하는 것은 리더십의 솔선수범을 통해 조직 문화 전반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A 대기업에서 상급자의 2주간 육아휴직 사용 후 팀 전체 휴가 사용률이 약 18%p 상승한 결과는, 리더의 행동이 조직 문화 전환의 강력한 동인이 될 수 있다는 조직심리학적 관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기업의 적극적인 실천은 ‘Care ESG’의 핵심 요소로서, 브랜드 신뢰도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K-아빠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가족친화기업 인증 중소기업에 대한 R&D, 세제, 해외 진출 투자 우선 지원, ‘Care ESG’ 개념을 반영한 공공조달 및 정부 위탁 사업 우선 선정 등은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실질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또한, ‘100인의 아빠단’ 국제 공동사업화, UNESCO, OECD 가족정책 센터,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한 아빠 육아 참여 확산 프로그램 수출 등은 ‘K-아빠’ 문화를 글로벌로 확산시키는 중요한 전략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경제 생태계 구조 혁신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K-아빠’는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한국의 새로운 사회 혁신 모델이자 세계가 주목할 기준이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케이-팝(K-POP)처럼, 한국 아빠들의 일상에서 보여지는 아이와의 애착, 성장, 협력의 이야기는 강력한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100인의 아빠단 콘텐츠의 누적 노출 조회수가 1800만 회에 달하는 것은 그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기업 주도의 스토리텔링 마케팅, 유튜브·OTT 기반의 웹시리즈 제작, 외국인 아빠와 국내 아빠들의 글로벌 육아 교류 콘텐츠 등 K-아빠 기반의 공공외교형 플랫폼 구축은 한국 문화의 인식을 제고하고 세계와 연결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이는 돌봄이 더 이상 가족만의 일이 아닌, 사회 전체가 공유하고 확장해야 할 가치임을 재확인시켜 준다. 이제 아이를 돌보는 아빠가 세상을 움직일 차례이며, 기업과 사회, 그리고 국가의 적극적인 지지와 확장이 이 변화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