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문화유산을 미래 세대와 연결하려는 노력은 오늘날 ESG 경영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조선왕릉과 궁궐을 연계한 여행 프로그램 「2025년 하반기 왕릉팔경」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며, 단순한 역사 탐방을 넘어 지속가능한 문화유산 활용의 모범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22회에 걸쳐 운영되며, 8월 21일부터 시작되는 9월 예약 일정을 포함한 총 세 차례의 예약 기회를 제공한다. 참가 신청은 네이버 예약을 통해 선착순으로 진행되며, 회당 25명의 인원이 최대 4명까지 예약할 수 있다. 어르신, 장애인, 국가유공자를 위한 전화 예약 또한 가능하다.
최근 「왕릉팔경」 프로그램의 새로운 여정인 ‘순종황제 능행길’에 참여한 경험은 조선 왕릉이 가진 다층적인 가치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구리 동구릉에서 시작하여 남양주 홍릉과 유릉까지 이어지는 이 여정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위상뿐만 아니라 직접 걸으며 배우고 느끼는 체험형 관광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특히 이번 여정은 기존의 조선 왕실 중심 탐방에서 나아가 대한제국 황실 관련 유적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근대 전환기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구리 동구릉은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을 비롯해 선조, 인종, 영조 등 9기의 능침이 모여 있는 조선 최대 규모의 능역이다. 이곳에서 해설사는 능역의 구조, 제향의 의미, 그리고 능묘에 담긴 정치적 배경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특히 조선 전기에는 없었던 표석이 송시열의 상소로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며, 효종의 영릉이 최초의 사례라는 설명은 인상 깊었다. 또한, 표석에 전서체가 사용된 것은 송시열이 제왕과 일반인을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과 왕실 장례의 만장 서체 관례를 반영한 결과로, 예의 엄격함과 기억 보존의 중요성을 보여주었다.
‘순종황제 능행길’은 대한제국의 비극적 역사와 마주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1908년 순종이 반포한 「향사리정에 관한 건」 칙령을 통해 제사 횟수가 축소되고, 제사 날짜에 대한 혼선이 있었으나 오늘날 명절제 대신 기신제가 중심으로 남아 제사가 단절되지 않고 이어져 왔다는 점은 조선 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동구릉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건원릉의 봉분을 뒤덮은 억새는 태조 이성계의 유훈에서 비롯된 600년 전통으로, 후손들의 계승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대한제국기에 ‘대한 태조 고황제 건원릉’으로 격상된 표석은 왕릉 제도와 예제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이며, 건원릉의 독특한 조영 방식은 태조의 고향 사랑과 후손들의 성실한 계승 의지를 드러낸다.
왕릉의 핵심 의례 공간인 정자각은 제물을 차리고 제사를 지내는 중심 건물로, 계단과 길의 구분을 통해 산 자와 죽은 자의 구분을 상징한다. 수릉의 표석에 ‘조선국 익종대왕 수릉 신정왕후 부우’라 새겨진 것은 추존왕 문조와 신정왕후가 함께 모셔진 합장릉임을 알 수 있으며, 세자 신분으로 서거한 익종보다 왕대비로 별세한 신정왕후의 지위가 높아 배치가 달라진 것은 당시의 서열 의식이 왕릉 공간에 반영된 사례다.
경릉은 헌종과 두 왕비가 합장된 조선과 대한제국 왕릉 중 유일하게 세 기의 봉분이 나란히 배치된 삼연릉이다. 대한제국 시기에 새겨진 비석은 여러 차례 다시 새겨진 흔적을 간직하고 있으며, 이는 석비 제작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당시의 사정을 보여준다. 홍릉의 비각 표석은 대한제국과 일본 간의 갈등을 보여주며, ‘대한국종태황제홍릉 명성태황후부좌’라는 비문을 완성하기까지 수년간의 논쟁이 있었다는 사실은 역사적 맥락을 흥미롭게 드러낸다.
홍릉과 유릉은 기존 조선 왕릉의 형식을 벗어나 대한제국 황릉의 양식을 따르며, 황제의 권위를 강조하는 화려함 속에서도 주권을 빼앗긴 민족의 아픔을 담고 있다. 화려한 석물과 질서정연한 배치는 위엄을 풍기지만, 그 속에는 주권을 잃은 황제와 황후의 쓸쓸한 이야기가 함께 잠들어 있다.
「왕릉팔경」 프로그램은 이처럼 단순히 과거를 되짚는 시간을 넘어, 미래 세대가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이어갈 것인가를 묻는 자리다. 오늘날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왕릉은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그 뒤에 담긴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오늘의 의미를 부여한다. 이러한 지속가능한 문화유산 활용 방식은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들에게도 영감을 주며, 역사와 문화의 가치를 보존하고 확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