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고령 인구의 급증이라는 거대한 사회적 흐름에 직면해 있다. 2072년에는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47.7%가 고령자가 될 전망이며, 1차·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본격적인 고령화는 주거 환경 혁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고령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역사회 지속거주(Aging in Place)’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에이지테크(Age-Tech)’가 주목받고 있다. 에이지테크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고령자의 자립과 존엄을 실현하는 건축도시공간 기반의 ‘생활 인프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에이지테크는 ‘노화(Aging)’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고령자의 안전, 건강, 사회참여, 이동, 정서 지원 등 일상 전반을 지원하는 개념이다. 낙상 감지 센서, 원격 건강 모니터링, 음성 인식 조명, 자동 온도 조절, AI 돌봄 로봇 등은 고령자가 익숙한 집에서 더욱 안전하고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로 국내 모 통신사업체는 통신 빅데이터와 전력 사용 패턴 분석을 통해 독거노인의 고독사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즉각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자연 은퇴 노인 주거 공동체'(NORC) 모델을 통해 공공임대주택 등에 센서 기반 스마트홈, 원격 건강 모니터링, AI 안부 확인 서비스 등 에이지테크를 결합하여 고령자의 안전과 건강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고독사 예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에서는 대학과 연계한 시니어 레지던스에 온라인 평생교육, 사회 참여 플랫폼, 원격 의료 서비스 등 디지털 기반 에이지테크를 적용하여 고령자의 사회적 연결과 평생 학습, 건강 관리를 동시에 지원하고 있다. 미국 은퇴자협회(AARP)는 에이지테크 연계 고령 친화 주거 복지 강화가 고령자의 자립성·존엄성 강화, 돌봄 인력 부담 완화, 사회적 연결 및 고독사 예방, 맞춤형 건강 관리 및 의료비 절감 등의 효과를 가져온다고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이러한 바람직한 방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2023년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의 87.2%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현재 집에서 계속 거주하길 희망하며, 건강 악화 시에도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익숙한 공간에서의 삶을 유지하기를 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의 주거 복지 시스템은 저소득층과 시설 중심으로 설계되어 중산층과 다양한 건강 상태의 고령자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미흡하다. 노인 복지 시설은 전체 고령 인구의 0.22%만을 수용할 수 있으며, 주택과 돌봄, 의료, 복지 서비스가 부처별로 분절되어 제공되어 고령자의 실제 필요에 따른 통합적 대응이 부족하다. 특히 중소득·허약 고령자는 기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정책의 핵심인 어르신이 익숙한 집과 지역에서 안전하게, 주체적으로,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에이지테크의 실질적인 작동과 체감 효과 입증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첫째, 공간 단위의 실증과 리빙랩(Living Lab) 확대가 필요하다. 실제 주거 공간, 아파트 단지, 마을, 지역사회 등 다양한 공간 단위에서 고령자, 가족, 돌봄 인력 등이 직접 참여하는 리빙랩 방식의 실증을 통해 기술의 사용성, 수용성, 효과성을 검증하고 현장 수요에 맞는 맞춤형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지역사회 기반 통합 지원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보건·복지·의료·주거·교통·여가 등 다양한 서비스가 지역사회 단위에서 통합적으로 연계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중앙정부의 법·제도적 기반 위에 지자체 주도의 실행력과 민간의 혁신 역량이 결합된 단계적·포용적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에이지테크에 기반한 고령자의 건강하고 독립적인 노후 생활 환경 조성은 기술 개발의 산업통상자원부, 생활 환경 조성의 국토교통부, 의료·돌봄 서비스 지원의 보건복지부 등 부처별·개별적 추진의 한계를 넘어 주택·복지·교통·의료 등 관련 정책과 사업이 공간 단위에서 유기적으로 연계·통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종합 계획 수립, 복합 사업 추진, 법제도 연계 강화 등 거버넌스 혁신이 시급한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에이지테크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고령자의 자립과 존엄을 실현하는 건축도시공간 기반의 ‘생활 인프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5월 26일(월)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가 주관한 ‘에이지테크(Age-Tech) 민관 얼라이언스 착수회의’는 이러한 노력을 결집하는 중요한 계기였다. 에이지테크의 실증은 반드시 어르신의 실제 생활공간, 즉 공간 단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리빙랩 등 현장 기반 실증 사업 확대와 지역사회 통합 지원체계와의 연계를 통해 어르신 개개인의 다양한 욕구와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 연계 및 공간 단위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혁신은 단일 부처나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범부처·민관 협력과 사회 전체의 관심과 투자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으며, 에이지테크가 어르신의 일상생활 속에서 실질적인 독립과 존엄을 보장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