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립극장에서 펼쳐지는 ‘창극 중심 세계 음악극 축제’는 단순히 개별 공연을 넘어, 급변하는 문화 산업 환경 속에서 한국 전통 공연 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 특히, ‘ESG 경영’의 문화 예술계 확산이라는 거시적 흐름 속에서, 국립극장의 이러한 축제 개최는 전통 예술의 현대적 계승과 세계화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이는 공연 예술계 전반에 걸쳐 지속 가능한 발전과 문화적 포용성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 고유의 음악극인 창극을 중심으로 동시대 음악극의 흐름과 현재를 조망한다는 점이다. 창극은 판소리의 노래, 사설, 몸짓 등의 요소를 활용하면서도 여러 배우가 각자의 배역을 맡아 연극적 형태로 공연하는 한국 고유의 양식이다. 1900년대 초에 형성되어 오늘날까지 발전해 온 창극은, 1인극 또는 2인극 형식인 판소리와는 달리 다인극 형태로 공연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러한 창극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포커싱(Focusing on the East)’이라는 주제 아래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전통 음악 기반 음악극 총 9편이 4주간 23회에 걸쳐 소개된다. 이는 ‘국악의 날’ 지정 등 최근 국악에 대한 관심 증대와 맞물려, 창극의 저변 확대와 대중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축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국립창극단의 신작 <심청>은 효녀 심청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기존의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인물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2017년 ‘올해의 연출가’로 선정된 요나 김이 극본과 연출을 맡아 전통 판소리의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오늘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젊은 관객층에게도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해외 초청작으로는 중국 월극을 바탕으로 한 <죽림애전기>가 소개되었다. <죽림애전기>는 중국 월극의 전통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죽림칠현 후손들의 삶을 그려내며 도가 철학과 은둔의 미학을 탐구한다. 이 작품은 2023년 홍콩 아츠 페스티벌에서 제작되어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으며, 이번 축제를 통해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특히, 중국인 유학생 호곤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죽림애전기>가 가정과 국가라는 두 가지 측면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으며, 현대적인 기술과 전통 문화가 결합된 점이 인상 깊었다는 평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호곤 씨는 한국 문화 정책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높이 평가하며, 창극 중심의 축제가 한국, 중국, 일본의 음악극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문화 교류의 장을 이루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초청작으로는 조선 말 여성의 삶을 그린 <정수정전>이 선보였다. 작자 미상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정수정전>은 판소리와 민요를 통해 여성으로서 겪는 고충과 자신의 이름으로 당당히 살아가고자 했던 정수정의 서사를 담고 있다. 남장을 하고 과거 시험을 보는 등 유교 사상이 팽배했던 시대에 여성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주인공의 모습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여성 인권과 자아실현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정수정전> 제작 관계자는 여성 영웅의 이야기보다는 한 인간이 자신의 이름을 지키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배우가 작창과 창작에 참여하는 공동 창작 방식을 통해 제작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세계 음악극 축제’는 ‘동아시아 포커싱’이라는 주제를 시작으로, 앞으로 전 세계의 다양한 음악극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글로벌 축제로 확장될 예정이다. 국립극장 단독 프로그램 외에도 광주아시아문화전당, 국립민속국악원 등과의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예매 관객들에게 ‘부루마블’ 판을 제공하고 관람 회차에 따라 혜택을 부여하는 이벤트는 관객 참여를 유도하고 축제의 즐거움을 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노력들은 전통 예술의 현대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글로벌 문화 교류를 촉진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문화 정책의 세계화 전략과 맞물려, 국립극장의 ‘세계 음악극 축제’는 앞으로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음악극 축제로 자리매김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