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현재 복합 위기의 시대를 마주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고 재도약하기 위한 핵심 동력으로 ‘민주주의의 회복력’, ‘평화의 정착’, 그리고 ‘유연한 실용 외교’를 제시하며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분단이라는 미완의 과제를 해결하고 진정한 의미의 평화를 구축하는 것이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 15일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바와 같이, 동양 평화를 역설했던 안중근 의사와 높은 문화의 힘을 염원했던 김구 선생의 뜻을 잇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은 분단 체제가 남과 북을 가르고 내부의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요인이었다고 지적하며, “우리 안의 장벽을 허물고, 분열과 배제가 아니라 포용과 통합, 연대와 상생의 정치로 분단 체제를 극복하자”고 선언했다. 이러한 선언은 단순히 분단 해소를 넘어, 사회 전반의 통합과 화합을 이루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이 대통령은 ‘평화’를 안전한 일상의 기본이자 민주주의의 토대, 그리고 경제 발전의 필수 조건으로 강조했다. 역사적으로 독재 정권이 전쟁을 통해 출구를 모색했던 것과 달리, 민주주의는 평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음을 상기시키며 평화와 민주주의의 상관관계를 역설했다. 더 나아가 평화는 ‘땅’에 비유되며 경제라는 ‘꽃’을 피우기 위한 튼튼한 기반임을 분명히 했다.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한 신뢰 구축이 중요함을 강조하며, 전단 살포 중단이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과 같은 선제적인 긴장 완화 조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실제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접경 지역에 일상의 평화가 찾아오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남북 관계 개선 과정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지난 정부의 적대 정책으로 인한 깊은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차근차근 접근해야 하며, 한반도 주변의 복잡한 국제 정세 또한 고려해야 한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이후 남쪽을 향한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과 미-러 관계의 회복이라는 국제적 변수가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남북 관계를 남북기본합의서에 명시된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의 특수 관계’로 규정하며,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 주장 이후 일부에서 제기된 통일 용어 삭제 주장을 ‘지혜롭지 못한 주장’으로 일축했다. 이는 두 국가의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분단 극복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준다. 또한, ‘체제 존중’을 강조하며 ‘흡수 통일을 추구하지 않고 모든 적대 행위를 중단하겠다’는 선언은 남북기본합의서, 6·15, 10·4, 판문점 선언, 9·19 공동선언 등 기존 모든 남북 합의를 관통하는 핵심 가치를 재확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존 합의 존중은 보수 정부 시절에도 민주적 절차를 통해 이루어졌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등 통일 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핵 없는 한반도’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면서도, 이를 ‘복합적이고 매우 어려운 과제’로 평가했다.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고도화된 북한의 핵 능력과 변화된 국제 환경으로 인해 협상 환경 조성이 쉽지 않은 상황임을 인지하고 있다. 이에 남북 관계 개선뿐만 아니라 북한과 미국의 대화가 가능하도록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함을 시사했다. 북한이 현재 남북대화 및 북미대화에 소극적이며 북러 관계에 기댄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지만, 고정되지 않는 국제 질서 속에서 변화된 상황을 반영하는 새로운 해법 모색이 필요하다.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를 고려할 때 외교적 노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이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한일 관계와 관련하여 ‘과거를 직시하면서도 미래를 위한 협력’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보호무역주의 물결 속에서 세계 각국이 새로운 지역 협력을 모색하는 현 상황에서, 공급망 혼란과 무역 질서 변동에 직면한 한일 양국의 상생 협력은 불가피한 선택이며, 신뢰 구축을 통해 안보 분야에서도 협력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은 복합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이루기 위해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다지고 ‘평화의 정착’을 위한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며, 동시에 ‘유연한 실용 외교’를 통해 대내외적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 북한과의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한 대화와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병행하며,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지혜로운 국정 운영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김연철 인제대 교수 / 전 통일부 장관

성균관대학교에서 북한의 정치경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노무현 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 문재인 정부에서는 통일연구원 원장 및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다. 현재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협상의 전략>(2016), <70년의 대화: 새로 읽는 남북관계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