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만 명의 국민이 7년 이상 빚의 굴레에 묶여 정상적인 경제 활동에서 소외되는 현실은 개인의 책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사회 구조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연체자 개인의 책임’을 넘어선 사회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장기 연체 채권 채무 조정을 위한 ‘새출발기금’ 지원 확대 및 배드뱅크 설립을 추진하며 적극적인 정책 개입에 나섰다. 이는 단순히 빚을 탕감하는 것을 넘어, 개인의 재기를 돕고 공동체의 회복력을 높여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으로 평가된다.
이번 새정부의 정책은 113만 명에 달하는 장기 연체자들에게 인간다운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사회적 리셋 장치’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5000만 원 이하의 소액 채무자가 대다수이며 상환 능력을 상실한 이들에게 신용불량자라는 낙인을 떼고 금융거래, 취업, 창업의 기회를 다시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는 구조적 불평등과 경제적 고립을 완화하고, 사회 구성원을 다시 생산적인 활동 영역으로 불러들이는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는 배드뱅크 설립을 위한 4000억 원, 새출발기금 지원 확대를 위한 7000억 원의 예산을 신속하게 편성했으며, 이를 통해 약 125만 명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빚을 내고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라며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그러나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이 강조했듯, 정의로운 사회는 개인의 자유를 넘어 공동체의 가치와 미덕을 추구해야 한다. 한계 상황에 놓인 채무자에게 재기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공동체의 회복 가능성에 기반한 정의 실현이며, 사회 전체의 생산성과 활력을 증진시키는 길이다.
이러한 사회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노력은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미국은 ‘챕터 7’ 개인파산 제도를 통해 일정 기준 이하 채무자의 잔여 채무를 소각하고 금융 활동 재개를 지원한다. 독일 역시 ‘개인파산 및 채무조정제도’를 통해 채무자의 신속한 경제 복귀를 촉진하여 국가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영국은 ‘부채 구제 명령(DRO)’으로 고의적 무임승차를 방지하면서도 일정 기준 이하 채무자의 채무를 소각한다. 이처럼 선진국들은 공통적으로 장기 연체 채무에 대한 정부의 정책 지원이 필요함을 인정하고 있으며, 정당한 채무 조정을 통해 경제에 복귀한 인력이 사회 전체 생산성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우리 사회 역시 단순히 채무 감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엄격한 선별 기준과 책임 있는 기회 제공을 통해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금융 정보, 소득, 부동산 보유 내역 등을 면밀히 확인하고 재산 은닉 시 처벌 조항을 명확히 하는 한편, 취업 활동, 직업 훈련, 금융 교육 이수 등 ‘맞춤형 회복 프로그램’을 연계하여 책임 있는 사회 복귀를 유도해야 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케네스 애로우가 “시장은 실패할 수 있으며, 그 실패를 교정하는 것은 정부의 정당한 역할”이라고 말했듯이, 7년 이상 지속되는 장기 연체는 시장 실패를 의미한다. 따라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은 정당하며, 개인의 경제적 실패가 공동체 전체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장기 연체 채무자의 경제 활동 복귀는 개인 구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복원력 회복에 기여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이제 우리는 채무자의 삶을 재설계할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와 그들을 배제하는 사회 중 어떤 사회가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지를 선택해야 할 시점에 놓여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