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류는 BTS, <오징어게임>, <기생충>을 넘어 블랙핑크, 세븐틴, NCT 등 수많은 K팝 그룹들의 음반 판매 기록 경신을 통해 그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특히 스트레이 키즈는 빌보드 Top 200 차트에서 7개 앨범 연속 1위라는 전례 없는 신기록을 달성하며, K팝의 글로벌 팬덤 확장 가능성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이러한 한류의 성공은 해외 관광객 유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올해 한국 방문 외국인 관광객이 2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국 관광 산업의 새로운 기록이며, 한류가 미디어를 넘어 실제 한국을 경험하는 중요한 인터페이스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러한 눈부신 성과 이면에는 한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는 내부적인 요인들이 존재한다.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에 따르면, 한류 팬들이 한국 콘텐츠에 대한 높은 관심만큼이나 한국 사회 내부의 차별적 현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한국의 혐오 시위가 전 세계로 생중계되면서, 외국 관광객들이 한국의 이면에 놀라움을 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는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소통되는 과정에서 한국 콘텐츠 내부에 표출되거나 해석될 수 있는 모든 인종주의적 감수성과 표현들이 새로운 도전 과제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K팝 팬덤 내부에서는 새로운 남성성, 여성성을 포함한 젠더 표현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아이돌 문화는 세계 청년들에게 보다 자유로운 젠더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며, 이는 인종과 피부색주의에 대한 논의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처럼 한류는 성정체성과 피부색으로 표현되는 인종 문제가 교차하며 올바름의 경계를 만들어가는 건강한 논쟁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한류 콘텐츠 소비자들은 한국에서 새로운 가치를 경험하길 원하며, 압축 성장 사회의 모순을 비판적으로 접근하면서도 인간성 회복을 위한 노력을 잃지 않는 한국의 작품들에 매력을 느낀다. 또한, 식민 경험, 전쟁, 분단 등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이룬 대한민국을 자신들의 극복 모델로 삼기도 한다. 이러한 새로운 가치들은 돌봄, 연대, 공동체의 선을 위한 개인의 태도 등으로 담론화될 수 있으며, 이는 한류가 가진 긍정적인 영향력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흐름 속에서도 가장 큰 위태로움은 우리 내부에 뿌리 깊은 인종주의와 성차별에 있다. <오징어 게임>에서의 외국인 스테레오타입 재현, 드라마 속 여성 및 성소수자 재현에 대한 팬들의 토론 등은 이러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겪는 차별적 현실은 미디어 문화에 기초한 한류 애호 경험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홍석경 센터장은 한류를 ‘밑에서부터의 세계화’, 즉 힘없는 일반 수용자들이 만들어낸 버텀업 문화 현상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한류의 선한 영향력, 배려, 연대, 돌봄, 겸손의 태도, 그리고 공동체의 가치가 더욱 중시되어야 한다. 케이팝 그룹과 팬덤의 관계, 콘텐츠 속 인물들이 추구하는 가치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한류는 비주류의 아름다움이며, 따라서 차별과 배제의 담론이 한류의 최대 적이 된다.

결론적으로, 한류의 진정한 위기는 시장의 축소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내부의 차별이라는 적과의 싸움에서 패배할 때 발생할 것이다. 한류의 미래와 더불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지난 십수 년간 제자리걸음인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법적, 제도적 기반 마련은 한류가 지속 가능한 글로벌 문화 현상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홍석경 센터장은 한류 연구자로 팬덤 온라인 참여 관찰부터 데이터 분석까지 다양한 연구 방법을 활용하며, 세상 속 의미 생산을 묻는 기호학자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한다. <세계화와 디지털문화시대의 한류>, <드라마의 모든 것>, 등 다수의 저서를 출간했으며, 넷플릭스의 영향, 한국 문화산업, 한류 현상의 이론화를 위한 국제 연구자 네트워크를 통해 다년간 연구를 진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