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대한민국에서 어르신 돌봄의 질적 향상을 위한 새로운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과거 공급자 중심의 획일적인 시설 운영에서 벗어나, 이용자 중심의 ‘집과 같은’ 생활 환경과 맞춤형 돌봄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는 ‘유니트케어’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이는 고령화 사회의 미래 돌봄 모델에 대한 중요한 논의를 촉발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시설 개선을 넘어, 고령층의 삶의 질과 존엄성을 증진시키려는 거시적인 사회적 요구와 맞물려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1차 유니트케어 시범사업 시행계획’은 이러한 흐름의 구체적인 증거라 할 수 있다. 이는 한국 사회의 특성을 반영한 ‘한국형 유니트케어’ 모델을 정착시키기 위한 국가적 노력의 일환으로, 기존 장기요양시설의 운영 방식을 혁신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과거 노인요양시설은 의학적 치료와 공급자 편의에 맞춰진 획일적인 서비스 제공으로 인해, 입소 어르신들이 사생활과 존엄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인식되곤 했다. 많은 어르신들이 요양시설 입소를 ‘하루하루를 견디는’ 현대판 고려장이라 표현할 만큼, 이러한 환경은 인간 존엄성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유니트케어는 이러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자 한다. 유니트케어는 10명 내외의 소규모 인원을 하나의 생활 단위(유니트)로 묶어, 각 유니트별로 독립적인 생활 환경과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의 다인실과 복도형 구조에서 벗어나, 개인실과 공동생활 공간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집과 같은 편안하고 안정적인 생활 공간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정해진 시간표에 어르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 스스로가 원하는 시간에 식사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생활’하는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강화한다. 이러한 변화는 일본의 유니트케어 도입 사례를 통해 그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일본에서는 유니트케어 도입 후 어르신들의 여가 및 교류 시간이 증가하고, 요양보호사의 근무 강도는 감소하면서 보다 세심한 돌봄이 가능해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시설 생활 어르신들의 지역사회 연대감이 향상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났다.

국가 차원의 유니트케어 도입 확대 노력은 매우 환영할 만한 정책이며, 초고령사회 진입 국가로서 시급히 정착시켜야 할 사업이다.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 겸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은 이러한 유니트케어 도입이 ‘Aging in Place’ 실현을 견인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즉, 어르신들이 익숙한 환경에서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재택 요양돌봄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운영 중인 약 6,000개의 시설급여 장기요양기관이 모두 유니트케어를 즉시 도입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 특히 상가 등 근린생활시설을 임차하여 운영되는 소규모 시설이나 개별 건물을 건축한 대규모 시설의 경우, 내부 평면 구성 변경, 개인실 중심의 편성, 필요한 인력 배치 기준 충족, 그리고 운영 수익 유지 등 복합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니트케어의 핵심 가치인 ‘집과 같은 환경에서의 인간 중심 돌봄’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설령 유니트케어의 직접적인 적용이 어렵더라도, ‘준유니트케어’ 수준의 도입을 지원하고, 시설 운영자와 이용자 모두가 유니트케어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궁극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장기요양시설이 재택 요양돌봄의 또 다른 장소로서 연계·확장된 개념으로 안착하여, 어르신들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Aging in Place’ 실현을 선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