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한 경영이 강조되면서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화성시문화관광재단은 2025년 원로작가 초대전을 통해 엄태정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며, 과거의 업적이 현재와 미래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탐색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는 단순히 미술 전시를 넘어, 사회적 가치와 예술적 유산을 연결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2025년 10월 14일부터 11월 30일까지 동탄복합문화센터 동탄아트스페이스 및 동탄아트스퀘어에서 ‘낯선자의 포에지. 도래하는 사회 ‘세계의 낭만화’를 꿈꾼다’라는 주제로 개최된다. 이 전시는 한국 1세대 추상 조각가인 엄태정 작가의 창작 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망한다. 그는 물질과 형상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바탕으로 미지의 존재, 즉 ‘낯선자(Stranger)’에 대한 시적인 상상을 조형 세계에 담아내고 있다. 엄태정 작가는 1960년대부터 쇠, 구리, 알루미늄 등 다양한 금속 재료와 끊임없이 대화하며 ‘물질의 언어’를 탐구해왔다. 초기 철 작업의 강렬함과 긴장감, 구리 시기의 섬세한 질감 연구, 그리고 2000년대 이후 알루미늄을 활용한 ‘비움과 채움’의 미학은 모두 근원적인 세계에 다가가려는 연속적인 행위이자 공간 작업으로 이해될 수 있다. 특히 최근 알루미늄 연작은 물성의 절제를 통한 표면 연마로 ‘비어 있음 속의 충만함’을 구현하며, 관객이 작품과의 거리 속에서, 그리고 작품들이 만들어내는 관계망 속에서 내면적 명상과 성찰을 경험하게 유도한다.

전시에서는 엄태정 작가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다양한 작품이 소개된다. 1969년작 ‘기-69-1’, ‘청동-기-시대’ 연작, 2004년작 ‘Untitled’, 2022년작 ‘은빛 날개의 꿈과 기쁨’과 같은 알루미늄 대형작들과 더불어, 2025년 신작인 ‘은신처-은빛 베일 출현 Ⅰ~Ⅲ’ 및 2024-2025년작 ‘낯선자, 코스모스-북두칠성’ 등 총 16점의 조각 작품과 10점의 드로잉 및 회화 작품이 함께 전시된다. 이러한 다양한 매체와 시간적 스펙트럼을 한 공간에서 제시함으로써, 본 전시는 단순히 작가의 작업의 물질적, 형식적 변화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나아가 작가의 사유가 시대적 조건과 개인적 수행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고 확장되었는지를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대표작으로 꼽히는 ‘낯선자, 코스모스-북두칠성’은 우주에서 소용돌이치는 별들의 궤도를 형상화하여, 무한한 우주와 영원한 시간 속에서 존재하는 인간의 찰나적인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제시한다. 관람객은 이 작품을 통해 우주의 광활함 속에서 낯선 존재와 조우하며, 삶의 고난과 미래의 불안함 속에서 예술적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화성시문화관광재단의 원로작가 초대전은 기업의 ESG 경영 강화 추세와 맞물려, 예술이라는 비영리적 영역에서도 어떻게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가 된다. 과거의 예술적 성과를 재조명하는 것은 단순히 추억을 되새기는 것을 넘어, 현재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미래를 위한 영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이러한 노력은 동종 업계의 다른 기관이나 문화예술 단체들에게도 원로 작가들의 작품을 보존하고 계승하며, 더 나아가 이를 통해 사회적, 문화적 가치를 확산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게 하는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