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의 가치를 보존하고 계승하려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국가유산청이 「나전산수무늬삼층장」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하며 한국 전통 가구의 우수성과 역사적 의미를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 이는 단순한 유물 지정을 넘어, 당시의 생활상과 기술, 그리고 근대사와의 교류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이번에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나전산수무늬삼층장」은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으며, 재질은 소나무, 나전,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크기는 가로 114.9cm, 세로 54.6cm, 높이 180.3cm에 달한다. 이 삼층장은 배재학당 설립자인 미국인 선교사 아펜젤러(Henry Gerhard Appenzeller, 1858~1902)가 고종황제로부터 하사받았다는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으며, 이후 그의 후손들을 거쳐 외증손녀인 다이앤 크롬(Diane Dodge Crom, 1957~) 여사가 2022년 유물의 안정적인 보존과 아펜젤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박물관에 기증했다. 아펜젤러는 1885년 조선에 입국하여 청년들에게 교육을 제공했으며, 고종은 1886년 그의 학교에 ‘배재학당’이라는 이름을 하사했다. 또한 1887년에는 서울에 벧엘 예배당을 설립하고 성서번역 및 전도 활동을 활발히 펼치다 1902년 선박 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삼층장은 조선 후기인 1800년대 이후 왕실과 상류층 사이에서 귀하게 여겨졌던 생활 필수품으로, 왕실 자녀가 분가하거나 출가할 때 혼수로 준비하는 가구였다. 이번에 지정된 「나전산수무늬삼층장」은 이러한 삼층장 중에서도 유래가 명확하고, 고급 재료와 정교한 기술이 융합된 대형 가구로서 19세기 말 궁중 및 상류층의 삼층장 제작 양상을 보여주는 귀중한 유물이다. 특히 경상남도 통영 지역 가구의 전형적인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희소성과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
이 삼층장의 예술성은 정면 전체와 양쪽 측면을 가득 채운 나전 장식에서 극대화된다. 전통 회화와 공예의 절묘한 조화를 이룬 산수문(山水文)과 산수인물문(山水人物文)을 중심으로, 문자, 꽃, 과실, 귀갑문(龜甲文) 등 다채로운 나전 무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한 정면의 6개 문짝 안쪽은 밝고 화려한 색채의 괴석화훼도(怪石花卉圖)로 장식되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감탄을 자아낸다.
더욱 주목할 점은 통영 지역 고유의 제작 양식이 집약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장의 상단부에 돌출부를 짧게 하고 앞면 전체 구조를 판재처럼 평면적으로 가공하는 통영 지역의 특징은 전통 나전 기술인 끊음질과 주름질 등 여러 기법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며, 이는 전통 가구 연구에 있어 중요한 자료적 가치를 지닌다. 끊음질은 전복 껍질로 만든 자개를 문양 그대로 오려 붙이는 기법이며, 주름질은 실처럼 가늘게 가공한 자개를 칼끝으로 끊어가며 문양을 표현하는 섬세한 기법이다.
「나전산수무늬삼층장」은 19세기 말 대한제국 황실과 서양 선교사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역사적 증거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또한, 이와 유사한 크기와 제작 방식을 가진 삼층장이 국내외적으로 매우 희소하다는 점에서 그 역사적, 문화유산적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한다. 국가유산청은 앞으로도 우리 생활문화의 변천과 특색을 보여주는 다양한 민속문화유산을 발굴하여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체계적인 보존과 관리, 그리고 활용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이어갈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