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증진은 오늘날 산업계 전반에 걸쳐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사회적 요구가 거세지면서, 기업들은 단순한 이윤 추구를 넘어 환경적,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ESG 경영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버려지거나 활용도가 떨어진 공간에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재활용 가든’ 혹은 ‘업사이클링 정원’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이는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고,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심미적, 교육적 효과까지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ESG 경영의 구체적인 실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과거 산림동물원 곰사육장으로 사용되었던 공간을 ‘곰이 떠난자리, 숲의 정원’으로 조성한 것은 바로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국립수목원은 곰이 떠난 콘크리트 구조물의 공간에 숲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나무, 풀, 바위, 토양, 미생물 등이 다시 찾아오는 서사적인 공간을 연출하며 버려진 땅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이는 단순히 공간을 재정비하는 것을 넘어, 과거의 흔적을 긍정적으로 재해석하고 자연의 복원력을 증명하는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된다. 정원은 실내외 공간으로 구분되어 갤러리정원, 회복정원, 숲정원 등 다채로운 테마로 구성되었으며, 자생식물과 주변의 돌, 나무, 심지어 일부 철거된 콘크리트 폐기물까지 재활용하여 친환경적인 조성 방식을 보여준다. 또한, 광복 80주년을 기념하여 ‘자유와 회복’이라는 주제의 전시를 병행하며 100여 년 전 한반도의 풍경과 식물을 사진과 영상으로 선보여, 공간의 역사성과 현대적 의미를 동시에 조명하고 있다.

임영석 국립수목원장은 “아름다움, 기후변화 대응, 생물다양성을 갖춘 정원 조성뿐만 아니라, 버려진 공간도 충분히 정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번 곰사육장 정원 조성을 통해 보여주었다”고 강조하며, 국립수목원이 앞으로도 다양한 모델 정원 연구를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이는 동종 업계의 다른 기관이나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의 낡은 시설이나 활용되지 않는 공간을 단순히 방치하는 대신, 창의적인 재해석과 친환경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ESG 경영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곰이 떠난자리, 숲의 정원’은 앞으로도 국립수목원 산책로 구간에서 수목원 개방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관람객을 맞이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공간 혁신의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