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이자, 지속 가능한 산업 발전의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이 가장 높은 불명예를 안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노동자의 희생을 넘어 국가 경제 전반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는 막대한 손실을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고용노동부는 노사정이 함께 참여한 ‘노동안전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안전 사각지대 해소와 중대재해 근절을 통해 오래된 오명을 벗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는 산재 예방을 사회적 책무이자 경제적 이익으로 전환하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ESG 경영’ 확산이라는 전 세계적인 흐름에 부응하는 중요한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이번 종합대책은 기존의 근본 원인 규명 없는 접근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복합적인 산업재해 발생 요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핵심 전략으로는 첫째, 산업재해가 빈발하는 영세 사업장 및 취약 노동자 등 안전 사각지대에 대한 예방 지원을 강화한다. 둘째, 노사의 주체적인 참여를 통해 역할과 책무를 명확히 하고 공공부문의 선도적 역할을 강조한다. 셋째, 안전 의식 및 문화 확산을 위한 인프라를 확대하며, 넷째,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제재를 병행하는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안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정부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추락, 끼임, 부딪힘 등 재래형 사고 예방에 집중한다. 이를 위해 안전한 일터를 위한 예산을 올해보다 4,733억 원 증액한 2조 723억 원으로 편성했으며, 특히 10인 미만 사업장의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 설비 지원에 433억 원을 신규로 투입한다. 또한, 스마트 안전장비 지원 확대와 부처 간 협업 R&D를 통한 AI 기반 안전 기술 활용을 촉진한다. 안전·보건관리자 선임 대상 사업장 확대 및 소규모 사업장 밀집 지역의 안전관리자 공동 채용 지원도 강화될 예정이다. 생명안전 인지도 및 감수성 제고를 위한 안전 교육 역시 공공부문 담당자 의무 이수, 외국인 노동자 대상 모국어 교육, 사업주 및 직업계고 학생 대상 찾아가는 교육 등을 확대하여 실효성을 높인다. 사고 비중이 높은 외국인 노동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고령노동자에 대한 맞춤형 지원도 강화된다. 외국인 사망사고 발생 사업장에 대해서는 3년간 외국인 고용 제한 조치를 시행하며, 역량 있는 외국인 노동자를 안전리더로 지정하여 노하우를 전수하도록 할 계획이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보호 범위 확대와 더불어, 고령자 친화 작업환경 개선 비용 지원도 이루어진다. 지방자치단체 및 민간과의 협력을 통해 2028년까지 총 61만 개소 사업장을 점검·감독하는 촘촘한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며, 감독 역량 및 경험이 있는 퇴직자 1,000명을 안전지킴이로 채용하여 영세 사업장에 투입하고, 민간재해예방기관을 통해 33만 개소 사업장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둘째, 안전 주체로서 노사의 역할과 책무를 확립한다. 도급 계약 시 적정 비용과 충분한 공사 기간을 보장하여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공공·민간 발주자에게 적정 공사비 산정 의무를 부여하고, 산업안전보건 관리비 계상 의무 주체를 원청까지 확대하여 하청 현장의 안전관리 활동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고 제대로 집행되도록 한다. 민간공사 설계서에 공사 기간 산정 기준을 포함하고, 건설공사 기간 연장 사유에 폭염 등 기상재해를 추가하여 노동자 보호를 강화한다. 또한, 건설현장 불법 하도급 합동 단속을 정례화하고, 산재 예방 능력을 갖춘 수급인 선정·계약을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며, 건설공사 각 단계별 주체의 의무를 명확히 하여 안전 관리를 강화한다. 위험 요인이 많은 대규모 사업을 수행하는 공공기관은 안전경영 원칙 위반 시 해임 건의가 가능하도록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경영평가 시 산재 예방 배점을 대폭 상향하며, 원청으로서 안전관리 책임을 다하도록 관련 지표를 개선한다. 일터 민주주의 확대를 위해 사고 경위 및 원인을 담은 재해조사보고서를 공개하고, 기업의 재해 현황 및 재발 방지 대책 등을 공시하는 ‘안전보건공시제’를 도입한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원·하청 노사가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확대하여 자체 안전 규범 수립 및 이행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부여하며, 노동자가 직접 작업 중지 또는 시정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 신설 및 행사 요건 완화도 추진한다.

셋째, 노동안전 확산을 위한 인프라를 확대한다. 산업안전감독관의 양적·질적 제고를 위해 지자체에 근로감독 권한을 부여하고, 전국적 통일적 집행 기준 마련을 위한 법률 제정을 추진한다. 산업안전감독관을 대폭 충원하고, 기술직군 채용을 70%까지 확대하며, 멘토링, 도제식 훈련, 경력별 체험·실습형 교육을 강화하여 전문성을 확보한다. 민간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안전·보건관리자 경력 관리 특화 교육을 실시하고, 민간재해예방기관 평가 체계를 고도화하여 우수 기관을 육성하고 부실 기관은 퇴출시킨다. 안전 예방 촉진을 위한 제재 수단 도입에도 힘쓴다. 그동안 소액 벌금이나 집행유예에 그쳤던 안전·보건 조치 위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여, 3명 이상 사망 사고 발생 법인에 대한 과징금을 신설하고, 이를 산재 예방에 재투자하도록 한다. 건설사 영업정지 요청 요건을 ‘동시 2명 이상 사망’에서 ‘연간 다수 사망’까지 확대하고, 사망자 수에 따라 영업정지 기간을 강화한다. 중대재해 반복 사업장은 공공 입찰 제한을 강화하고, 공공 조달 낙찰자 결정 시 중대재해 발생 여부 평가를 강화하며, 여신 심사, 보증 및 자본 시장 평가에서도 중대재해 리스크를 반영하도록 개선한다. 고용노동부 장관의 긴급 작업 중지 명령 제도 신설과 함께, 10월 1일부터는 감독 시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 적발 시 즉시 사법 처리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종합대책을 통해 ‘산재왕국’이라는 오래된 오명을 벗고, 산업재해 예방이 노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로 전환되도록 함으로써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산재율을 반드시 끊어내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신속한 입법 및 예산 과제 추진과 더불어, 노사정 대표자 회의 및 ‘안전한 일터 특별위원회’를 통해 ‘산재예방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현장을 모니터링하며 대책을 이행해 나갈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규제 강화가 아닌, 정부, 기업, 노동자 모두가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협업과 조정을 통해 지속 가능한 안전 문화를 구축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한국 산업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