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산업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ESG 경영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면서, 친환경적인 생산 및 관리 방식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경사지 농업에서의 토양 유실 방지 및 보호는 환경 보전이라는 ESG 가치와 직결되는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작물 수확이 끝난 밭에 덮는 작물, 즉 피복작물을 재배하여 토양을 보호하는 방안을 강조하며, 이는 단순한 농업 기술을 넘어선 환경 관리의 실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고랭지 밭과 같이 경사도가 높은 지역은 일반 평지보다 빗물에 의한 토양 유실 위험이 현저히 높다. 특히 여름철 주요 작물인 배추나 감자 등이 수확된 이후 흙이 드러난 상태에서 태풍이나 집중호우와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토양이 쓸려 내려가는 피해가 커질 수 있다. 농촌진흥청이 2020년부터 2021년까지 강원도 평창 대관령 지역에서 수행한 조사 결과는 이러한 우려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 10월 6일부터 이듬해 6월 15일까지 총 254.1mm의 강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호밀과 헤어리베치를 함께 재배한 덮는 작물 밭에서는 맨땅 상태의 밭에 비해 토양 유실량이 최대 99%까지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덮는 작물이 빗물에 의한 토양 침식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강력한 보호막 역할을 수행함을 입증한다.
덮는 작물이 이러한 토양 보호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파종 후 최소 2주간의 안정적인 뿌리 내림과 잎 생장 기간이 필수적이다. 2024년 강원도 평창 대관령 지역에서 9월 5일부터 10월 30일까지 375mm의 집중호우가 발생했을 때, 씨앗만 뿌려진 초기 단계라 잎이 충분히 자라지 못한 밭에서는 헥타르(ha)당 6.6톤에 달하는 토양 유실이 발생한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따라서 덮는 작물 파종 시기를 결정할 때는 기상 예보를 면밀히 확인하여 집중호우를 피하는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고랭지 지역의 혹독한 겨울철 환경에 적합한 호밀을 덮는 작물로 활용할 경우, 헥타르(ha)당 200kg의 파종량으로 10월 중순까지 파종을 완료하면 안정적인 피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소 조지홍 소장은 “수확 후 경사 밭의 토양 유실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호밀과 같은 내한성 작물로 토양을 보호하고, 기상 예보에 따른 파종 시기 조절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이러한 실천이 지속가능한 농업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개별 농가의 노력뿐만 아니라, 더 넓은 의미에서 농업 생태계의 건강성을 지키려는 사회적 움직임의 일환으로 평가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