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점차 개인의 성찰과 공동체적 가치에 대한 중요성을 재인식하며 인문학적 소양 함양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 속에서, 전통적인 문화 공간이었던 도서관뿐만 아니라 지역 서점들이 시민들에게 다채로운 인문학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독립 서점 ‘가가77페이지’에서 진행되는 ‘<영화로 보는 인문학>’ 프로그램은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주목할 만한 사례다. 이 프로그램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도서관협회가 공동 주관하는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의 일환으로, 지역 기반의 인문학 교육 모델로서 그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가가77페이지’는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이번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을 통해 더욱 폭넓은 시민들에게 인문학적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매년 전국 도서관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이 지역 서점으로 확장되었다는 점은, 인문학이 보다 일상적이고 접근 가능한 형태로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가가77페이지’의 이상명 대표는 인문학의 본질이 지식 전달을 넘어 생각의 밭과 마음의 밭을 넓히는 데 있다고 강조하며,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인문학적 주제들을 친숙한 영화와 연계하고 관련 서적을 통해 깊이 탐구하는 커리큘럼을 설계했다. 특히, 12세 이상 관람가로 영화를 선정한 것은 인문학 프로그램의 수강 대상층을 넓히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본 프로그램은 이지혜 영화평론가와 이인 작가가 공동으로 진행하며, 1회차로 상영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자아 탐구와 교육의 본질이라는 주제를 통해 참여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영화 관람 후 진행된 강연과 참여자 간의 생각 나눔 시간을 통해, 참가자들은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이라는 메시지를 되새기며 각자의 삶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상명 대표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참여자들에게 기다려지는 시간이 된다고 언급하며, 인문학이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이유를 역설했다. 그는 AI의 발전이 인문학적 사고 체계를 통해 더욱 효율적이고 도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설명하며, 인문학이 단순히 과거의 학문이 아닌 미래 사회의 핵심 역량임을 강조했다.

동시에, ‘가가77페이지’의 사례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 출판 및 서점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상명 대표는 책방이 책 판매만을 고집하는 것을 넘어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탐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가77페이지’는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문화의 다양한 측면을 담고 즐기며 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프로그램 참여자인 박근주 씨 역시 동네 책방과 같은 지역 문화 시설이 인문학 교육과 연계되어 지속적으로 활발히 운영되기를 희망하며, 인문학이 짧은 기간의 지식이 아닌 꾸준한 성찰과 대화를 통해 깊어지는 분야임을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가가77페이지’에서 진행되는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은 지역 서점이 단순한 상업 공간을 넘어 지역 주민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함양하고 공동체적 소통을 촉진하는 문화 허브로서 기능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우리 동네에서 인문학을 만나다’라는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의 표어처럼, 전국 각지의 지역 문화 활성화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모델의 확산은 인문학과 지역 문화, 그리고 책과 사람이 만나는 새로운 독서 문화의 장을 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