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의 보존과 현대적 계승이라는 사회적 요구가 증대되는 가운데, 한국의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노력이 다각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국가유산진흥원이 주최하는 ‘2025 가을 궁중문화축전’은 단순한 문화 행사를 넘어, 전통문화가 현대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 숨 쉬고 확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로 11회를 맞이하는 이 축전은 10월 8일부터 12일까지 5일간 서울의 4대 고궁(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과 종묘에서 개최되며, 전통문화의 저변을 넓히고 새로운 세대와의 접점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궁중문화축전은 ▲ 문화유산 전승자 및 전통문화 활용 브랜드와의 협업 강화 ▲ 청소년과 60세 이상 시니어 등 대상별 맞춤 프로그램 신설 ▲ 광복 80주년 및 종묘 정전 복원 기념 특별 프로그램 운영 등 축제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특히 경복궁에서는 지난해 큰 호응을 얻었던 ‘한복 연향’이 다시 한번 관람객을 맞이한다. 참가자들은 한복을 착용하고 경복궁의 북측 권역을 거닐며, 국가무형유산 침선장 박영애, 자수장 윤정숙, 금박장 박수영 전승교육사들이 참여하는 ‘한복 만담’을 통해 한복 제작 과정을 시연하고 그 가치를 조명한다. 또한, 조선시대 왕실 의복 제작을 책임졌던 ‘어침장’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며, 궁중 정재무와 함께 강강술래, 판소리 등 인류무형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연도 선보인다. 이는 전통 복식 문화를 넘어, 우리 고유의 무형유산이 어떻게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지역 소상공인과의 협력을 통한 ‘한복! 데려가세요!’ 팝업 스토어와 ‘한복 오락실’은 한복의 매력을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전통문화의 상업적 활용 가능성과 대중적 접근성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창경궁에서는 60세 이상 시니어 세대를 위한 ‘동궐 장원서’ 프로그램을 통해 전통 화훼 문화를 체험하게 하고, ‘창경궁 시간여행’ 공연과 ‘조선의 밤, 하늘과 바람’ 야간 해설 프로그램을 통해 조선 왕실의 일상과 천문학 유산인 ‘관천대’를 중심으로 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선사한다. 이는 고령층에게는 전통문화 향유의 기회를, 젊은 세대에게는 역사와 과학을 융합한 새로운 형태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덕수궁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형 프로그램 ‘준명당 어린이 학교’를 통해 궁중 예절, 자연 학습, 전통 공예를 접하게 함으로써 미래 세대에게 우리 문화유산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인식시키는 계기를 마련한다. 또한, 단국대 장유정 교수와 고려대 전경욱 교수가 참여하는 인문학 콘서트는 ‘제국을 거스른 노래들’과 ‘한국의 전통 가면극’을 주제로 광복 8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고 전통 예술의 깊이를 탐구하며, 문화유산이 지닌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재조명한다.
창덕궁과 종묘에서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궁중문화의 매력을 전한다. 창덕궁 후원을 거닐며 조선 궁궐의 일상을 나누는 ‘아침 궁을 깨우다’ 프로그램과 대한제국 황실 여성들의 삶을 조명하는 ‘낙선재, 100년의 시간과 풍경’ 전시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당시 여성들의 삶을 조명하며 새로운 문화적 해석을 제시한다. 종묘에서는 최태성 강사의 ‘종묘 인문학 콘서트’를 통해 종묘 정전 복원 과정과 그 역사적 가치를 전달하며, ‘고궁음악회’는 전통 제례악과 종묘의 아름다움을 조화롭게 선보인다. ‘종묘 건축 탐험대’는 청소년들이 종묘의 건축적 의미를 배우고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건축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를 높이도록 설계되었다.
이처럼 ‘2025 가을 궁중문화축전’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전통문화의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폭넓은 세대와 계층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향유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참여형 프로그램 ‘모두의 풍속도 2025’와 전국적인 사진 촬영 이벤트를 통해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축제의 분위기를 확산시키려는 노력은 K-컬처의 글로벌 확산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궁중문화축전이 단순한 지역 축제를 넘어, 한국 전통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이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발전시켜 나갈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음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