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해지면서 농업 부문 전반에 걸쳐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술 개발 및 적용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특히 여름철 고온 현상은 과일의 성숙과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농가의 생산성과 소득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농촌진흥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는 배 품종인 ‘신고’의 고온장해를 예방하고 열매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수확 시기 관리 방안을 제시하며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번 농촌진흥청의 발표는 단순히 특정 품종의 재배 지침을 넘어,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농업 기술이 어떻게 발전하고 적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신고’ 품종은 통상 9월 중하순에 수확되지만, 작년에도 8월과 9월에 나타난 이상기상으로 인해 과육 갈변이나 일소(햇볕 데임)와 같은 고온장해가 발생한 바 있다. 이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수 있는 기후변화에 대한 농업계의 대비가 시급함을 보여준다. 농촌진흥청은 꽃이 핀 후부터의 날짜를 계산하는 ‘만개 후 일수’와 더불어, 꽃이 핀 후 하루 평균 기온의 누적값, 즉 ‘적산온도’를 통해 배의 성숙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기온 상승으로 인해 적산온도 계산의 정확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성숙 시기 예측의 신뢰도를 높여 고온장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진흥청은 지역별로 ‘신고’의 1차 수확 예상 시기를 9월 9일 전후(전남 나주, 전북 완주, 경남 진주 기준)로, 2차 수확(본 수확) 예상 시기는 9월 19일 전후로 추정했다. 이는 농가가 적산온도 3,450℃ 도달 시점인 9월 초부터 성숙도를 주기적으로 진단하고, 당도와 무게 등 열매 특성이 성숙 상태에 도달한 배부터 조기 또는 분산 수확을 통해 고온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여야 함을 시사한다. 농촌진흥청 배연구센터 홍성식 센터장은 “배 ‘신고’의 고온장해를 예방하려면 2~4회 나누어 수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지역별 기상 및 과수원 상태를 고려하여 주기적인 성숙도 진단과 적기 수확의 중요성을 거듭 당부했다. 이러한 사례는 농작물 성숙도 예측의 과학화와 더불어, 기후 변화에 따른 농작물 관리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가 될 것이다. 이는 ‘신고’ 품종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농작물에도 적용될 수 있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접근 방식으로, 국내 농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