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가디언이 지난 7~8월 울산·여수 등 한국 항구에서 경유 등 석유제품을 실은 유조선 7척이 러시아 극동으로 14차례 운항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 외교부는 8일 “상업용 경유와 항공유 등 석유 정제제품은 대러시아 수출통제 품목이 아니며, 국내법 위반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번 보도로 한국의 대러 제재 정책과 실제 석유 공급 가능성이 충돌하는 가운데, 국내 정유·수출업계는 시장 신뢰와 규제 준수 리스크를 동시에 마주하게 됐다.

외교부는 해당 연료가 한국산인지에 대해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무역협회 통계상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한국에서 러시아로 통관 절차를 거쳐 수출된 경유·항공유·자동차 휘발유는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정부는 선박이 신고한 최종 목적국과 실제 운항 경로가 다른지, 다르다면 그 이유를 확인해 국내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기업 실무자에게 이번 사안은 신고 목적지와 실제 항로의 불일치가 규제 준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외교부는 법령 위반이 확인되면 법에 따라 조치하고,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한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석유 정제제품을 취급하는 수출업체는 선적·운항 기록의 정확성과 최종 소비자 확인 절차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다만 외교부는 선박이 신고서에 적힌 목적국으로 곧바로 가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목적지를 허위로 신고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재 담당 보좌관이 “한국의 대러 석유 공급이 러시아의 정유 능력 상실 충격을 상쇄했다”고 비판한 점을 고려하면, 원산지 확인과 경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기업의 법적 책임 여부는 불확실하다. 정부는 “한국의 대러 수출액이 2021년 100억달러에서 지난해 40억달러로 줄었다”며 수출통제 기조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