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신청주의’ 원칙을 수술대에 올렸다. 보건복지부는 위기 징후가 포착된 가구에 대해 담당 공무원이 금융정보 제공 동의 없이도 기초생활보장급여를 직권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는 복지 시스템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는 것으로, 기업의 사회공헌 및 임직원 지원 프로그램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논의는 최근 발생한 ‘울주군 일가족 사망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해당 가구는 지자체로부터 기초생활보장 신청 안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신청하지 않아 비극으로 이어졌다. 현행 제도는 당사자의 신청이 있어야만 지원이 개시되는 신청주의를 근간으로 한다. 공무원 직권신청이 가능은 하지만, 금융실명법 등에 따라 본인의 서면 동의 없이는 금융정보 조회가 불가능해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정부의 개선안은 두 가지 핵심적인 변화를 담고 있다. 첫째, 위기 상황으로 판단될 경우 본인 동의 없이도 공무원이 직권으로 복지급여를 신청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둘째, 적극적인 행정을 펼친 공무원에게는 면책권을 부여해 소극적인 업무 관행을 타파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복지 전달 체계를 ‘수요자 중심’에서 ‘공급자 중심의 선제적 발굴’로 전환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로 분석된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 변화는 기업의 ESG 경영, 특히 사회(S) 영역에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지금까지 다수 기업의 사회공헌이나 임직원 지원 프로그램 역시 신청주의에 기반한 소극적 형태로 운영되어 왔다. 복지 제도를 마련해두고 필요한 사람이 신청하기를 기다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정부가 공공 영역에서조차 신청주의의 한계를 인정하고 적극적인 개입 모델로 전환하면서, 기업 역시 사회적 책임 활동의 패러다임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향후 기업들은 임직원 복지 프로그램(EAP)이나 지역사회 지원 사업에서 위기 대상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개입하는 역량을 요구받을 수 있다. 단순히 지원 프로그램을 구비하는 것을 넘어,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잠재적 위기 그룹을 식별하고 적극적으로 지원을 연계하는 시스템 구축이 ESG 경영의 새로운 평가지표가 될 수 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공공 안전망의 재설계를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