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우주산업 경쟁이 심화되면서 극한 환경을 견디는 고성능 반도체 기술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위성과 탐사선 등에 탑재되는 AI 반도체는 막대한 우주 방사선에 노출돼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어, 고도의 내방사선 기술이 필수적이다. 지금까지 이 시장은 소수의 해외 기업이 독점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원자력연구원 공동연구팀이 우주 환경용 AI 뉴로모픽 반도체의 성능을 실증한 것은 전략적 의미가 크다. 이번 연구는 차세대 반도체 물질로 꼽히는 인듐-갈륨-아연 산화물(IGZO) 기반 시냅틱 트랜지스터를 제작하고, 실제 우주 환경과 유사한 조건을 구현해 안정성을 검증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연구팀은 원자력연의 양성자가속기를 이용해 저궤도 위성이 20년 이상 노출되는 수준의 고에너지 양성자 빔을 소자에 조사했다. 실험 결과, 소자의 구동 전류가 일부 감소하는 성능 저하는 관찰됐으나, 반도체의 기본인 스위칭 동작과 뉴런의 연결 강도를 조절하는 시냅스 가소성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이는 반도체가 방사선 피폭 후에도 핵심 기능을 잃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기술의 실용성을 가늠하는 AI 연산 시뮬레이션에서도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됐다. 방사선에 노출된 소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MNIST 손글씨 패턴 인식 시뮬레이션에서 92.61%의 높은 정확도를 기록했다. 이는 향후 위성의 자율운항이나 데이터 분석 등 우주 공간에서의 AI 연산 처리가 충분히 가능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번 성과는 우주항공용 AI 반도체 공급망을 국내에 구축하는 첫 단추로 평가된다. 물론 상용화를 위해서는 성능 저하 문제를 개선하고 회로 단위의 복합적인 검증을 거쳐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하지만 핵심 원천기술 확보 가능성을 입증함으로써, 향후 우주 탐사, 국방, 항공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한국의 기술 주권을 확보하는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