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2026년 시행계획’은 교육계를 넘어 기업의 ESG 전략에 직접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이번 계획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학생이 안전한 디지털 환경 조성’ 항목에 ‘사이버폭력 예방을 위한 기업 참여 확대’가 명시된 점이다. 이는 더 이상 기업의 자발적인 사회공헌 활동에 의존하지 않고, 정책 프레임워크 안으로 기업의 역할을 편입시키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지금까지 기업의 학교폭력 관련 활동은 주로 일회성 캠페인이나 기부 형태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번 시행계획은 기업, 특히 디지털 플랫폼을 운영하는 IT 기업들에게 자사 서비스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사이버폭력의 주된 발생지가 온라인 플랫폼과 게임이라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는 관련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과 운영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압박하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세부적으로 ‘사이버폭력 가해학생 조치 차별화 및 사이버폭력물 삭제 지원’과 같은 항목은 플랫폼 기업의 콘텐츠 모니터링 기술과 정책, 유해 콘텐츠 삭제 프로세스의 효율성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평판 리스크와 직결되는 문제다. 투자자 및 규제기관은 향후 해당 기업의 ESG 보고서에서 관련 활동의 구체적인 성과 지표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단순 참여 여부를 넘어 유해 콘텐츠 감소율, 피해자 지원 건수 등 정량적 데이터가 기업의 S(사회) 영역 평가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결국 이번 정부 계획은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다. 자사의 기술과 자원을 활용해 사이버폭력 예방 솔루션을 개발하고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기업은 강력한 ESG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업은 잠재적인 규제 리스크와 이해관계자들의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닌, 핵심적인 리스크 관리 및 지속가능성 전략의 일부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