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안전경영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이 과정 중심에서 결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정부가 재해예방활동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료(산재보험료)를 할인받은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감면받은 보험료 전액을 다시 징수하는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ESG 경영의 S(사회) 영역에 대한 재무적 리스크가 현실화됐다. 이는 형식적인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만으로는 더 이상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없음을 의미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될 이 법안의 핵심은 ‘감면 보험료 환수’ 조항이다. 기존에는 기업이 위험성 평가 인정, 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MS/ISO45001) 인증 등 재해예방활동을 인정받으면 다음 연도 산재보험료의 일부를 감면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혜택을 받은 기간 내에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그 즉시 감면액이 다시 부과된다.

이번 개정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산업 현장의 사망사고가 줄지 않는 상황에서 나온 강력한 후속 조치로 분석된다. 기업이 안전 관련 인증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실질적인 현장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예방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데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직접적인 재무적 압박 장치다. 단순히 서류상으로 존재하는 안전 규정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 안전 문화와 시스템의 중요성이 극도로 부각된 것이다.

시장은 이번 조치를 기업의 안전보건 관련 ‘진정성’을 측정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받아들일 전망이다. ESG 평가기관이나 투자자들은 산재보험료 감면 여부뿐만 아니라, 감면 혜택이 유지되는지 여부를 기업의 핵심적인 비재무적 리스크 관리 지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 법 개정은 기업의 안전경영을 단순한 사회적 책임 활동이 아닌, 기업의 존속과 직결되는 핵심 경영 전략이자 재무적 건전성을 좌우하는 변수로 격상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