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ESG 경영에서 ‘S(사회)’ 영역의 핵심 지표인 일·가정 양립 제도가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특히 남성 육아휴직과 중소기업의 제도 활용도가 대폭 증가하며, 이는 더 이상 일부 대기업의 상징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 인재 관리 전략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전체 육아휴직자 수는 전년 대비 39.1% 증가한 18만 4천여 명을 기록했다. 주목할 부분은 남성 육아휴직자의 폭발적인 증가세다. 남성 사용자는 6만 7200명으로 전년보다 60.7% 급증하며 전체 휴직자의 3분의 1을 넘어섰다. 이는 남성 육아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과 함께, 기업 문화가 실질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객관적 데이터로 분석된다.
더욱 중요한 변화는 기업 규모별 편차에서 나타난다. 300인 이상 대기업의 육아휴직 증가율은 34.3%에 그친 반면, 10인 미만 소기업의 증가율은 46.8%에 달했다. 중소기업(300인 미만) 전체로도 42.8%의 증가율을 보여 대기업을 압도했다. 과거 비용과 대체인력 부담으로 육아휴직 도입을 꺼렸던 중소기업들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만성적인 인력난 속에서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이탈을 막기 위한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정부의 정책 지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육아휴직 급여 인상과 중소기업 대체인력 지원 확대 등은 기업의 재정적, 운영적 부담을 완화하는 직접적인 유인책으로 작용했다. 정부가 올해부터 ‘배우자 유산·사산 휴가’를 신설하고 ‘배우자 임신 중’에도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 점 역시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향후 육아휴직 사용률, 특히 남성 및 중소기업 직원의 사용률은 기업의 ESG 평가에서 중요한 질적 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와 인재들은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기업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제 육아휴직 제도의 유무를 넘어, 실질적인 사용률과 조직 문화의 성숙도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새로운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