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이번 개정은 단순히 피해자 지원을 확대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재난에 대한 국가와 기업의 책임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립하는 신호탄이다. 이는 ESG 경영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전략임을 분명히 한다.
핵심 변화는 배상 책임 주체에 국가가 포함된 점이다. 기존에는 가해 기업이 전적으로 책임을 졌으나, 이제는 국가가 공동 책임의 주체로 나선다. 이는 사건을 개별 기업의 일탈이 아닌 ‘사회적 참사’로 규정하고,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책임이 분산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기업 활동이 야기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선례를 남겨 잠재적 리스크가 더욱 커졌다고 해석해야 한다.
또한 피해구제위원회가 배상심의위원회로 격상되고 피해자 지원이 생애 전주기로 확대된 것은 기업에 장기적이고 무한한 책임을 요구하는 사회적 압력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단순한 금전적 보상을 넘어 피해자의 교육, 직장 생활까지 지원 범위가 넓어지면서,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전 과정에 걸쳐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번 법 개정은 가습기살균제 사태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산업 분야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소비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물론, 환경오염이나 산업재해 등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수 있는 모든 기업은 자사의 경영 활동이 언제든 ‘사회적 참사’로 규정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이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단순한 비용 지출이나 자선 활동이 아니라, 기업의 존속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경영 요소로 자리 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