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경제 안보가 핵심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법제화하며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단순한 자본 투자를 넘어 국가 안보와 미래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는 12일 본회의에서 ‘한미전략적투자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이번 특별법의 핵심은 대미 투자를 전담할 ‘한미전략투자공사’의 신설이다. 법정자본금 2조 원으로 설립되는 이 공사는 향후 20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350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투자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지난해 11월 체결된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이행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완성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주목할 부분은 투자의 원칙이다. 법안은 ‘상업적 합리성 확보’를 대원칙으로 명시했다. 이는 투자가 경제적 타당성을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국가안보나 공급망 안정 등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 국회 동의를 거쳐 상업성이 부족하더라도 투자를 집행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을 뒀다. 이는 경제 논리를 넘어 국가적 이익이 걸린 반도체, 배터리, 에너지 등 핵심 전략 산업에 대한 투자의 길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번 법안 통과가 글로벌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안전장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중동 위기 고조 등 대외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의 경제 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우리 기업에 안정적인 사업 환경을 제공한다. 연간 투자 한도를 200억 달러로 설정하고, 투자 원리금 회수가 어려울 시 미국과 협의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하는 등 최소한의 위험 관리 장치도 마련했다.

이번 특별법 통과는 한미 동맹을 경제 안보 차원으로 확장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 기업의 대외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조선·에너지 등 핵심 산업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법안 공포 후 즉시 설립위원회를 출범시켜 공사 설립을 본격화할 방침이다.